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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앞으로 청약시장에서 1주택자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습니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지역 내 추첨제 물량 75% 이상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네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이르면 다음달 말에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미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에서 나온 청약 가점제 강화로 당첨이 어려워진 1주택자는 이번 조치로 사실상 청약시장에서 발을 붙이기가 힘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1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새 아파트나 새로운 지역으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자들을 원천 차단했다는 점입니다. 만약 1주택자가 바늘 구멍을 뚫고 새 아파트 분양 추첨에서 당첨됐더라도 6개월 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합니다. 만약 기존 주택을 입주 가능일로부터 6개월 내에 처분하지 않으면 공급 계약 취소 뿐만 아니라 500만원 이하 과태료,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한다고 규정이 대폭 강화됐습니다. 만약 기존 주택을 안 팔려면 미분양분을 사야 합니다.
다만 이번 분양시장 규제 강화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기회를 더욱 늘리겠다는 것인데 효과를 발휘할 지 의문입니다. 이미 투기과열지역에서는 전용 85㎡ 이하는 모두 청약가점제로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분양가가 다소 비싼 대형 평형 물량에 대해서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면 결국 자금력이 풍부한 ‘무주택 금수저’만 배불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무차별 분양시장 죽이기가 정작 넓은 평수로 이사를 원하거나 새 아파트를 원하는 1주택자의 기회 자체를 아예 박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어찌 됐든 올 연말 이후 분양시장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