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노는 서울 주택시장…강북 전셋값 뛰고, 강남 집값 오르고

대출금리 인상에 내집마련 포기 늘어
비교적 싼 전세 많은 강북권 수요 몰려
개포·잠실주공, 강남권 매매가 이끌어
한달새 서초구 0.24%·강남구 0.21%↑
"구매 수요 많지만 매물없어 거래 뜸해"
  • 등록 2017-03-31 오전 5:30:00

    수정 2017-03-31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1.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사는 김모(40)씨는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파트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밤잠을 설친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7000만원이나 올려달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연봉보다도 높은 금액을 2년 만에 어떻게 마련할 수 있겠냐”며 사정했지만 집주인은 주변 시세가 그만큼 올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결국 현 전셋값과 비슷한 수준의 경기권 아파트 매수를 알아보고 있다.

2.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40대 가정주부 박모(경기 고양시 식사동 거주)씨는 얼마 전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으로 이사하려고 계획했다가 포기했다. 지난해 말 ‘11·3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주춤하던 강남 집값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대치동 아파트를 사서 이사하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박씨는 “강남에 진입하려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평수를 줄여야 하는 데도 가격이 3억원 이상 더 비싸 이사 계획을 아예 접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전세시장이 지역별로 따로 놀고 있다. 전세시장은 강북이, 매매시장은 강남이 이끄는 양상이다. 강북권은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면서 전세난이 심해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과 대출금리 인상이라는 겹악재로 인해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수요가 늘어난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전셋값 상승률이 더딘 강남권은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

◇강북 전셋값 상승률, 강남 크게 앞질러

봄 이사철을 맞아 이사 수요가 집중되는 ‘홀수해 징크스’가 올해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전세계약이 크게 늘어난 이후 2년마다 홀수해에 전셋값이 큰 폭 오르는 현상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그동안 꾸준히 전세 공급원 역할을 하던 ‘갭투자’(전세금을 끼고 주택 매입에 나서는 것)가 줄어든 점도 전셋값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2938만원으로 지난해 말(4억2736만원)보다 202만원(0.4%)이 올랐다. 특히 강북지역 전셋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강북 전셋값은 지난해 말 3억89만원에서 이달 20일 현재 3억454만원으로 1.2%(365만원)나 올랐다. 자치구별로는 서대문(0.65%)·중(0.56%)·은평(0.47%)·용산구(0.45%) 순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서대문구 북아현동 ‘e편한세상 신촌’ 전용면적 59㎡형 전세값은 올해 초 4억6000만~8000만원에 거래되다가 지난달 5억원을 넘어섰다. 이달 들어서는 최고 호가가 5억6000만~8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인근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를 찾는 수요가 많아 물건이 나오자마자 거래된다”고 전했다.

반면 강남(0.3%)·서초(0.07%)·송파구(0.11%) 등 강남3구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률이 미미했다. 범강남권으로 분류되는 강동구의 경우 입주 물량 증가 영향으로 1월(-1.08%), 2월(-1.21%)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전셋값이 0.62% 하락했다.

◇상승세 탄 강남 집값…“매물 없어 거래는 뜸”

아파트 매매시장은 강남이 주도하는 분위기다. 올 들어 재건축 이슈 뜨거웠던 강남권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매맷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값은 각각 0.21%, 0.24% 상승했다. 송파구도 0.12%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82㎡형은 16억원에 거래돼 전 고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재건축 정비계획안 통과 기대감에 매매 시세가 한달 새 2000만~3000만원 오른 것이다.

연내 관리처분인가 확정이 유력한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와 개포주공4단지 아파트값은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과 대출 규제로 급락했던 시세를 빠르게 회복 중이다. 개포주공1단지 전용 41.98㎡형은 올해 초 9억6000만~9억7000만원 선에서 거래되다가 이달 들어 10억5000만원으로 호가가 뛰었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개포 주공1단지는 올해 안에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세금 부담이 없어지자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최근 늘고 있으나 매물이 많지 않아 거래는 뜸하다”고 말했다.

강남은 매맷값에 이어 전셋값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기간이 올해 말로 끝나면서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이주 수요 증가로 앞으로 강남권에도 전세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주택시장에서 매맷값 상승은 강남지역이, 전셋값 상승은 강북지역이 주도하는 양상이다. 서울 중구 소공동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매 및 전·월세 시세표를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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