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여름 비수기를 보낸 기업공개(IPO) 시장이 10월 빅시즌을 맞았다. 상반기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 허들이 높아진 탓에 하반기로 IPO 일정이 미뤄진 기업들이 잇따라 출발선에 서면서다. 4분기에만 약 40여개의 IPO 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수요예측 및 청약 일정이 다수 겹치는 만큼 종목별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시 입성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이달 중 공모주 청약을 예고한 예비 상장사는 23곳(스팩 제외)이다. 지난달 아이언디바이스(464500)와 제닉스(381620) 등 두 곳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열 배 이상 늘었다.
다수의 IPO가 단기간에 집중된 만큼 수요예측뿐만 아니라 일반청약 일정이 겹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당장 오는 7일부터 이틀간 셀비온과 인스피언, 한켐이 일반 청약을 시작하고 10일부터는 루미르와 와이제이링크가 청약에 돌입한다. 이후 매일 청약 일정이 진행될 정도로 빠듯한 일정이다. 24일에는 무려 여섯 개의 기업이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지난달 잠잠했던 IPO 시장이 갑자기 분주해진 것은 지난해 파두(440110)의 뻥튀기 상장 논란 이후 거래소의 상장 심사가 깐깐해졌기 때문이다. 증권신고서 정정 이슈 등으로 다수 기업의 상장 일정이 미뤄지다 보니 결국 4분기에 몰린 형국이 됐다.
일정이 몰리면 투자자의 관심이 분산되지 않도록 IPO 주관사가 관련 일정을 조율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정이 워낙 빡빡한 탓에 쉽지 않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IPO 주관 실적을 위해 상장을 밀어붙이는 양상이다.
|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사진=넷플릭스 ‘흑백요리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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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IPO가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덩치가 가장 큰 케이뱅크와 인지도가 높은 더본코리아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뱅크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더본코리아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케이뱅크는 희망밴드(9500원~1만 2000원) 상단 기준 9840억원을 공모하며 시가총액은 5조원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이후 최대 규모다. 오는 10일부터 수요예측을 시작하며 21일부터 청약에 돌입한다.
더본코리아는 유명 외식사업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프랜차이즈 회사다. 희망밴드(2만 3000원~2만 8000원) 상단 기준 시가총액 4050억원 수준이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큰 탓에 투자자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되나 프랜차이즈 기업의 IPO 흑역사가 긴데다 연돈볼카츠 등 일부 가맹업주와 갈등 중인 점 등은 리스크로 분류된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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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는 케이뱅크와 더본코리아 뿐만 아니라 서울보증보험 등의 IPO도 연내 예상되는 만큼 공모주 시장의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IPO 업무를 주관하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결과를 대기 중인 기업 등을 포함하면 수십개의 IPO 일정이 10월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시장 자금이 한정적인 만큼 우량 IPO 기업과 아닌 기업 간에 흥행 추이가 크게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