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117930)과 현대상선(011200)은 가장 최근에 있었던 대주주 사재출연의 대표적인 예다. 해운업 불황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이들 양대 국적선사는 올들어 나란히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채권단은 즉각 오너에게 고통을 분담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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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조건부 자율협약 기간이 다 지나갈 때까지 사재출연을 포함한 지원방안을 놓고 채권단과 줄다리기만 계속했다. 이미 조단위의 자금을 쏟아부었을 정도로 할 것은 다 했다는 이유였다. 결국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받지 못한 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정관리 후 물류대란이 벌어지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주주의 책임을 묻자 조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한진(002320) 및 한진칼(180640)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재 400억원을 출연했다.
박삼구 회장은 2010년 금호산업(002990)과 금호타이어(073240)가 워크아웃에 돌입하자 3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 덕에 박 회장은 우선매수권을 받고 지난해말 금호산업을 되찾을 수 있었다. 지난 20일 금호타이어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 가운데 박 회장은 7년만에 금호타이어를 다시 인수해 그룹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현 웅진)가 2012년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웅진코웨이(현 코웨이), 웅진식품, 웅진케미칼(현 도레이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한 뒤 윤 회장 일가의 사재출연 등으로 1년4개월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하는 데 성공했다. 놀라운 것은 웅진이 다시 두번째 도약에 나섰다는 점이다. 윤 회장은 렌탈·방문판매 사업의 노하우와 경쟁력을 살려 올해 국내 화장품 시장과 해외 정수기 렌탈시장에 진출했다.
외국기업 중 대주주 사재 출연 사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경영권 승계 등에서 귀감이 돼 국내에 널리 알려진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 기업들이나 홍콩 최고 재벌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의 경우 경영은 철저히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있다. 이 경우는 애초에 오너에게 경영 부실의 책임을 묻기 힘든 구조다.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폭스바겐 그룹은 오너가의 지나친 경영 다툼이 배출가스 스캔들의 발단이 됐지만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