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 판소리 현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 심사위원 리뷰
모노음악극 '괴물'
'프랑켄슈타인' 작가 메리 셀리 모티브
소리꾼 김율희 소리·연기 완성도 높여
  • 등록 2019-10-10 오전 6:00:00

    수정 2019-10-10 오전 6:00:00

정동극장 리딩쇼케이스 ‘괴물’의 한 장면(사진=정동극장).


[이윤경 국악방송 문화영상콘텐츠부장] 지금 국악계는 가히 ‘소리꾼 전성시대’라고 해도 좋을 만큼 20~30대의 젊은 소리꾼들이 매우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판소리 분야에서는 김준수를 필두로 이봉근, 유태평양, 고영열로 대표되는 남자 소리꾼들이 대중적 인기를 끌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박인혜·이승희·권송희·김율희 등 여자 소리꾼들은 창작판소리로 자신만의 레퍼토리를 개발해 소리꾼이자 창작자로 성장해가고 있다.

이들은 오정해·박애리·남상일·이자람 등의 선배 소리꾼들의 활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전통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판소리가 본래 가지고 있던 ‘판’을 회복하기 위해 과감하게 대중과의 교감을 시도하기 위해 나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모노음악극이라는 형태의 창작판소리가 등장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모노음악극은 1인 소리극이라고도 할 수 있다. ‘괴물’은 정동극장의 ‘2019 창작ing 시리즈 리딩 쇼케이스’ 작품으로 선정돼 지난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극장 정동마루에서 공연했다. ‘괴물’(대본 김채린, 작창·배우 김율희, 작곡 류찬, 연출 전서연)은 지난해 10월 초연 이후 이번에 재공연한 작품으로, 소리꾼이자 배우로서 김율희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작고 단아한 외모에 풍부한 성량과 맑고 단단한 음색까지, 젊은 시절의 안숙선 명창을 연상시키는 김율희는 창작판소리의 사관학교라 할 수 있는 ‘판소리공장 바닥소리’를 거쳐 ‘우리소리 바라지’를 통해 남도음악을 잘하는 소리꾼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재즈와 레게를 넘나들며 폭넓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남다른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모노음악극의 발표로 이어지고 있다.

‘괴물’은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셀리의 삶을 모티브로 해서 소설 속에서 창조한 괴물을 작품 안으로 끌고 들어와 커다란 중심 메타포로 삼고 있다. 18세기 말 영국의 메리 셀리를 20세기 초 구한말의 메리로 변신시켜 시간과 공간,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내러티브를 창조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동시에 21세기 오늘을 살아가는 메리의 모습이 투영돼 있어 여성주의 작품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이 작품에서 김율희는 작창 능력과 함께 창극과 뮤지컬배우로 활동하면서 쌓은 연기력을 토대로 70분간 자장가, 판소리, 민요, 그리고 뮤지컬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이질감 없이 모두 소화해 냈다. 독백은 아니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녀의 분명하고 정확한 발성은 극적 몰입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관객과의 호흡을 이끌어 내는 방식 또한 소리꾼답게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친밀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첼로와 건반, 그리고 북과 퍼커션으로 구성된 반주도 음악극을 완성하는데 모자람 없이 적절하게 배치됐다.

판소리의 극적 요소에 착안하여 만든 모노음악극 ‘괴물’은 탄탄한 대본과 판소리를 기본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고 여기에 김율희의 매력적인 소리와 연기가 완성도를 높여준 작품으로, 판소리의 현대화 양식으로 새로운 판을 열어주기에 충분했다.

정동극장 리딩쇼케이스 ‘괴물’의 한 장면(사진=정동극장).
정동극장 리딩쇼케이스 ‘괴물’의 한 장면(사진=정동극장).
정동극장 리딩쇼케이스 ‘괴물’의 한 장면(사진=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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