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척추변형, 나이 들면 누구나 예외 없다?

척추질환은 대부분 노화가 원인… 가능한 조기 진단받고 빨리 치료받아야
퇴행성 척추변형, 요추간판탈출증·척추관협착증·척추전방전위증 등 대표적
초기엔 비수술 치료… 호전 없으면 최소침습수술 등 고려, 종합적 접근 필요
  • 등록 2024-01-13 오전 10:26:20

    수정 2024-01-13 오전 10:26:20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척추는 우리 몸의 목과 등, 허리, 엉덩이, 꼬리 부분에 이르기까지 주요 골격을 지지하며 평형을 유지하고 척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척추는 시간이 흐름과 동시에 피로도가 누적되고 자연스럽게 닳고 삐거덕 대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예외 없이 퇴행성 척추변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건을 오래 쓰면 고장이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척추질환은 현대인의 고질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허리통증으로 고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신명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퇴행성 척추변형은 바닷가의 모래성과 같아서 방치하면 하반신 마비 등 심각한 증상까지 부를 수 있다”며 “조기에 증상을 파악해 가능한 빨리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화가 주원인… 가능한 조기 진단받고 치료하는 게 관건

척추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한다. 33개의 척추뼈로 구성되고 보통 목뼈로 불리며 머리를 받치는 ‘경추(7개)’와, 등뼈로 갈비뼈와 연결되는 ‘흉추(12개)’, 허리뼈로 불리는 ‘요추(5개)’, 골반과 연결되는 엉치뼈 ‘천추(5개)’, 꼬리뼈로 불리는 ‘미추(4~5개)’로 나뉜다.

퇴행성 척추변형은 척추뼈 사이 추간판의 수핵이 탈출해 신경을 누르는 ‘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발생하는 ‘척추관협착증’, 위 척추뼈가 아래 척추뼈보다 배 쪽으로 밀려 나가면서 허리통증과 다리저림이 나타나는 ‘척추전방전위증’ 등을 포함한다.

퇴행성 척추변형이 지속하면 허리가 옆이나 앞으로 휘고, 등과 허리에 통증이 나타난다. 또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저리는 방사통, 다리에 쥐가 나고 당기는 증상 등을 동반한다. 척추관협착증은 100m를 걷는 동안 두세 번은 쉬어야 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신명훈 교수는 “나이가 들면 피부 수분이 빠져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듯 추간판도 수분이 빠지고 탄력을 잃는다”며 “그렇게 되면 충격 흡수가 잘되지 않고 체중을 받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무너지는 퇴행성 척추변형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흔히 디스크라고 부르는 추간판은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존재하는, 단백질과 섬유질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작용을 하는데, 다만 18세가 되면 노화가 시작된다.

“디스크가 터졌다”고 표현하는 요추간판탈출증은 추간판이 여러 원인에 의해 손상을 받거나 퇴행성 변화를 겪으면서 나타나는 척추질환이다. 추간판 내부의 젤리 같은 수핵이 탈출하거나 후관절 주위 골극과 섬유륜이 두툼해지면서 주변을 지나는 척추신경을 압박하며 통증과 근력 저하 등 다양한 신경학적 이상 증상을 일으킨다.

척추관협착증 역시 대부분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머리부터 팔, 다리까지 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의 노화로 주변의 인대와 관절이 두꺼워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한다. 나이가 들면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있는 탄력 조직인 추간판에서 퇴행성 변화가 시작되는데 더 진행되면 척추관협착증으로 악화한다. 척추관협착증은 눕거나 쉴 때는 증상이 없지만 일어서거나 걸으면 엉덩이와 다리 부근에 시리고 저린 느낌이 들거나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이때 걸음을 멈추고 앉아서 쉬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순간적으로 척추관이 넓어져 통증이 줄어들기 때문에 허리를 구부리게 된다. 척추관협착증을 ‘꼬부랑 할머니병’으로 부르는 이유다. 척추관협착증이 심해지면 통증 없이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점점 짧아지고 심한 경우 몇 발짝만 걸어도 쉬었다 걸어야 한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위 척추뼈가 아래 척추뼈보다 배 쪽으로 밀려 나가면서 허리통증과 다리저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심할 경우 엉덩이나 하지 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척추미끄럼증’, ‘척추탈위증’이라고도 한다. 선천적으로 관절 돌기가 손상돼 있거나 외상 또는 척추의 퇴행으로 인해 상하척추 연결부가 늘어나면서 발생한다. 척추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하부 요추에서 흔히 발생한다.

◇나무보다 숲을 보는 치료 필요… 등 근육 강화해야 예방

퇴행성 척추변형의 치료는 모든 척추질환을 각각의 질환이 아닌, 하나의 범주에서 바라보고 접근하는 데서 출발한다. 신명훈 교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척추질환은 요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 등으로 분류해 치료했지만 증상이 일시적으로 좋아지고 재발하는 등 예후가 좋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퇴행성 척추변형의 범주에 모든 척추질환을 포함시켜 ‘몸의 기둥인 척추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명제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의 척추질환 치료가 나무만 바라보는 접근이었다면 이제는 숲을 보는 접근이 시도되고 있는 셈이다”고 부연했다.

퇴행성 척추변형의 치료방법은 다양하다. 크게 비수술 치료와 수술 치료로 나눈다. X선이나 MRI(자기공명영상) 등 영상 검사에서 퇴행성 척추변형 질환으로 진단되면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법을 결정한다.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는 신경차단술과 신경성형술이다. 신경차단술은 척추 중심 신경에서 빠져나온 신경뿌리 중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뿌리를 정확히 찾아 주사로 약물을 주입해 통증을 완화한다. 신경성형술은 척추의 꼬리뼈 부분을 국소마취한 후 중추신경과 신경가지에 생긴 염증 유발 물질과의 유착을 제거하고 약재를 주입하는 시술이다.

이들 치료로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증상이 악화하면 수술을 한다. 신명훈 교수는 “수술은 과거에는 뼈를 깎아내는 절골술을 많이 했지만 일부 고령자는 뼈 자체의 출혈량이 많아 과다출혈로 합병증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었다”며 “최근에는 최소침습수술이 많이 발전했다. 가장 많이 시행하는 수술은 허리를 구조적으로 잡아주는 척추경 나사못을 이용한 수술이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퇴행성 척추변형 수술인 최소침습수술에 현미경 수술을 접목하면 합병증을 줄이면서 더 높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퇴행성 척추변형을 예방하려면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걷기, 뛰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 좋다. 이때 스쿼트 등 근력 운동을 병행해 근육을 늘려주면 좀 더 도움이 된다. 단 규칙적으로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고, 잘못된 방법으로 하면 무릎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한다. 근육 총량을 늘리려면 하루 20회씩 5세트를 실천한다. 고령자는 유산소 운동을 할 때 산책 수준이 아니라 숨이 조금 찰 정도로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신명훈 교수는 “척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히 등 근육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통 남에게 보이는 복근 같은 신체 앞부분의 근육운동보다는 등 뒤 근육인 신전근과 기립근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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