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 경영진은 전날 영업조직에서 일하는 60여명의 직원에게 인력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대부분 올해 입사한 인원으로 이들이 퇴사하게 되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영업조직은 사실상 와해된다.
한때 100여명에 달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 영업조직 인원들은 충원과 퇴사가 이어지며, 최근 60명 규모로 축소됐다. 이 중 1년 미만 입사자는 4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기존 마케팅본부에서는 기획과 마케팅, 영업 등의 인력이 함께 일했다. 이 회사는 지난 15일에도 마케팅본부의 조직개편을 하며, 팀장급 인사의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SK바이오사이언스 경영진은 “자사주를 매각하면 시세차익을 충분히 얻을 수 있으니,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주라”며 팀장급 인사들을 내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SK바이오사이언스의 마케팅본부는 마케팅실로 격하됐으며, 10개팀에서 5개팀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번에 해체하게 된 것이다. 인력 구조조정 대상인 영업 담당자들이 허탈감과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영업 관련 업무의 외주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팀장급 인사들이 퇴사는 자사주 시세차익 실현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스카이셀플루 생산 중단 원인..“회사 결정이라 피해 없을 것이라 하더니”
명분은 주력 제품이었던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의 생산 중단이다. 주요 매출 창출원이지만, 올해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공장 가동을 멈췄다. 영업의 존재 의미가 축소된 배경이다. 당시 경영진은 “스카이셀플루 생산 중단은 회사의 결정이니 불이익이 없으며, 목표달성 미달 등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직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조정으로 나가야 실업급여받을 수 있다”며 퇴사 종용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조기 퇴직 프로그램(ERP) 보상 없이 별도로 공지하지도 않고, 구두로만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회사는 “인력 구조조정으로 나가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며 퇴사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입사한 지 1년도 안 된 직원들이라 퇴직금은 물론 연차 수당 등도 받을 수 없다는 약점을 파고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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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도 좋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각각 9810억원과 4525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334.8%, 1100.3%나 증가한 수치다. 내년에는 이보다도 많은 매출액 1조 7670억원과 영업이익 6129억원이 예상된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과 자체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의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을 중심으로 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사업 특성상 영업조직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채용을 했다가 퇴사를 종용하는 것은 경영진의 판단에 의심을 들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15일 부임한 신임 마케팅본부장이 팀장들과 국내 마케팅 현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내부 소통에 일부 미흡한 부분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조직 슬림화와 관련해서는 전환 배치 등을 통해 실현하고, 또한 추가적인 협의와 소통을 통해 오해도 해소할 것 ”이라고 전했다.
한편 안 사장은 1998년 SK케미칼 입사 후 SK건설 경영지원담당, SK가스 경영관리실장 등 그룹 쇄신 관련 조직에서 주로 근무했다. 이후 2014년 SK케미칼 LS 전략기획실장, 2016년 9월 SK케미칼 VAX사업부문장을 거쳐 2018년 7월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