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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는 엑스코프리(국내명 세바노메이트)의 뛰어난 효능과 처방전 발급 추이를 고려했을 때 2026년경이면 1조원 매출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선 뇌전증 치료제 출시 6년 만에 1조원 매출 달성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바이오팜(326030)은 지난해 2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중 엑스코프리가 SK바이오팜의 전체 매출에 79%(205억원)를 차지했다. 나머지 21%(55억원)는 솔리암페톨의 로열티 수익이다. 엑스코프리 매출이 SK바이오팜의 실적 향배를 결정짓는 구조다.
지난해 엑스코프리 매출 205억원이란 숫자를 두고 블록버스터를 노리는 신약 판매개시 결과로는 눈에 안 찬다는게 다수 반응이다. 그 결과 최근 SK바이오팜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지난해 12월 18만원을 넘나들던 주가는 불과 넉 달 새 10만원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통상 업계에선 신약(치료제)이 연 매출 10억달러(1조원)을 넘기면 ‘블록버스터’ 호칭을 붙여준다.
최근엔 엑스코프리 블록버스터 등극 전망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껏 신규 뇌전증 치료제 시장 진입은 녹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간질치료제 매출 1위에 올라있는 UCB ‘빔펫(Vimpat)’은 2008년 출시 후 9년 만인 2017년에서야 10억달러 매출을 달성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뇌전증 치료제는 항암제와 달리 시장 침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수성이 있다”며 “빔펫 사례도 글로벌 1위 치료제 매출 추이라는 점에서 시장 평균치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엑스코프리의 2026년경 매출 1조원 달성을 확신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엑스코프리 매출을 전망으로 2783억원(올해)→5333억원(2022년)→6879억원(2023년)→8145억원(2024년)→9065억원(2025년)→ 1조1795억원(2026년)을 제시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엑스코프리 매출을 732억원(올해)→2031억원(2022년)→3305억원(2023년)→5682억원(2024년)→8306억원(2025년)→1조947억원(2026년) 순으로 내다봤다.
실제 엑스코프리는 처방 실적으로 실력을 증명하고 있다. 엑스코프리의 지난 4분기 처방수(TRx)는 1만1092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출시된 여타 뇌전증 치료제 처방전 발급 추이를 60% 이상 압도하는 기록이다. 더욱이 이는 마케팅 도움 없이 의사 스스로 엑스코프리 임상 결과·논문에서 확인된 효능만을 보고 처방 내린 결과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미국도 국내와 똑같이 의사만나 신약 홍보를 해야 실제 처방으로 이어진다”면서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영업만 했다. 그럼에도 처방전 숫자가 이렇게 늘었다는 사실은 엑스코프리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코로나 백신접종률 상승에 대면영업이 이뤄지면 엑스코프리 매출도 정상궤도에 들어설 것으로 관측했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약 처방에 보수적인 뇌전증 치료제는 일반적으로 10년 간 25%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할 때까지 선형으로 증가하는 형태를 나타낸다”며 회의론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