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도 넘긴 ‘타미플루’ 지원..인도적이지 않은 인도적지원

  • 등록 2019-02-05 오후 1:54:23

    수정 2019-02-05 오후 1:54:23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인플루엔자(독감) 확산을 막기 위한 타미플루 대북 지원이 하루 이틀 미뤄지면서 겨울이 지났다. 인도적 사안임에도 제동을 거는 국제사회 분위기 속에 전혀 인도적이지 않은 상황이 발생함 셈이다.

정부는 타미플루 20만명분과 민간업체가 기부한 독감 신속진단키트 5만개를 북한에 전달하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해당 사업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한미 워킹그룹에서 관련 논의를 하며 미국의 인도적 협력차원에 대한 공감을 이뤘던 것을 고려하면 무려 40여일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을 끄는 사이 겨울이 거의 지나가면서 과연 타미플루 지원이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북한의 독감 환자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그 정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타미플루 지원이 늦어진 만큼 피해를 본 사례는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북한의 기싸움이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튄 셈이다.

타미플루 지원이 지연된 배경에는 약품이 아닌 이를 실어나를 차량의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엽적인 문제로 인도적인 사안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 겨울이 지나가면서 실효적 효과를 볼 가능성도 낮게 됐다. 정부 당국자는 “타미플루를 빼돌릴 것도 아니고, 빼돌린다고 해도 밀매가 불가능한데 진행이 안 되는 게 답답하다”고 했다.

북한에는 해마다 20만명 가량 독감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타미플루 20만명 분의 정부 비축분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이유다. 보건 수준이 낙후된 북한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인도적 지원’이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앞서 지난 2009년에는 남북 관계가 경색됐음에도 신속하게 지원이 이뤄졌다. 북한이 신종플루(H1N1) 발생을 공식적으로 처음 확인한 해였다. 현재는 남북 대화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임에도 타미플루 지원이 막혀 있다. 대북 제재 속에서도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면제를 한다는 원칙이 무색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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