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째 지지부진…수요 파악 후 정책 설계 가능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다음달 말 전세보증금 투자풀의 세부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전세보증금 투자풀이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면서 돌려받는 보증금을 모아 하나의 풀로 구성한 후 여러 하위펀드에 배분해 운용하는 상품이다.
금융위는 우선 실제 돌려받는 보증금 규모 등을 파악하기 위한 수요조사 결과를 기대리고 있다. 당초 1분기 중 세부 조성방안을 마련하고 연내 제도 운영한다는 목표였지만 5월말까지도 명확한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임대인과 임차인에 대해 이렇게까지 미시적으로 조사한 적은 없다”며 “설문조사지만 7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양이라 4월 중순에야 조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는 전세풀을 굴리는 운용사들에 대해 실적에 따른 성과보수를 도입할 방침이다. 운용사들이 운용 규모의 5% 가량 자기 돈을 투자하는 시딩(Seeding)투자를 하는 만큼 좋은 성과가 나면 그에 응당한 대가를 주겠다는 의도다. 전세투자풀과 비슷한 구조인 연기금 투자풀의 운용사들은 모두 정부에서 정해주는 정률보수를 받고 있다. 가입자격에는 소득기준을 두되 일정 수준의 세제혜택을 추가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세제당국과 구체적으로 논의하진 않았지만 (세제혜택이 생긴다면) 소득제한 기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 5조 이상 장기자금 필요…기대수익 낮춰야”
운용업계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상품 개요가 나오지 않아 예단하긴 어렵다면서도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위는 전체 전세보증금 규모 300조원 중 매년 5%씩 월세로 전환한다고 가정해 15조원씩 신규 수요가 생긴다고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 중 절반 가량이 꾸준히 투자풀에 들어와야 규모의 경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실수요가 이보다 적고 소득기준까지 둔다면 과연 얼만큼의 자금이 모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기금 투자풀 가입대상 64개 중 50개 이상이 1조원 미만 규모다.
아울러 현 상황에서는 기대수익도 2%대로 낮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국고채와 일반채 3~5년물이 3~4% 수익이 났지만 현재 국고채 3년 수익률이 1.4% 수준”이라며 “4% 기대수익률에 원금보전까지 해주는 상품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결국 이 자금은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로 굴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스테이란 국토교통부가 중산층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8년 장기 임대주택 정책으로 연 4~5%대 꾸준한 임대수익이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면서 이미 은행과 생보사 등 금융권에서는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