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1 감자당했지만, 당신을 믿소"

팬택&큐리텔 주총..쏟아지는 주주 하소연
박병엽 부회장 "송구스럽다. 그러나 자신있다"
29일 팬택 창립 18주년 "죽을 각오로 뛴다"
  • 등록 2009-03-29 오후 12:23:12

    수정 2009-03-29 오후 1:16:44

[이데일리 류의성기자] 지난 26일 오전 11시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팬택 공장.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 속에 팬택 김포공장의 사원 식당에서는 팬택&큐리텔의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었다.

소액주주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지난 2007년 무자비한 30대 1 무상감자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아직도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 것 알고 있습니까? 부회장께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또 다른 주주의 말이 이어졌다.

"나는 주식이 66만주가 있었소. 무상감자 때문에 2만여주로 줄었지. 이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터지오. 나 뿐만 아니라 소액주주 모두는 아직까지 눈물을 흘립니다."
 
박병엽 부회장은 연신 송구스럽다는 말을 되풀이해야 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팬택앤큐리텔 주총에서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다시 한번 주주님들께 송구합니다. 주주님들도 그러셨고, 저 또한 많은 걸 잃었습니다. 기업개선작업 들어가면서 팬택계열은 회생 불능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팬택은 살아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시기를 회사의 기틀을 튼튼히 다지는 시기로 잡고 있습니다. 회사 자본잠식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말 죽을 각오로, 뼈를 깎는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죽을 각오로 일한다면 안될 것이 없다고 믿습니다"

하소연을 쏟아내는 주주도 있었고, 현재 팬택&큐리텔의 재무 상황과 올해 사업 목표를 구체적인 숫자로 답해달라는 질문도 많았다. 

박 부회장은 이들의 질문에 일일히 답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요구하는 질문에도 전혀 막힘이 없었다. 당황스러울 법했지만 박 부회장의 목소리 톤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의 말에는 절박함과 함께 자신감이 가득했다.

어느 한 소액주주가 "세계 경기가 밑으로 꼬꾸라지는 데 올해 휴대폰은 얼마나 팔 수 있을 것 같냐, 올해 실적 목표는 어떻게 보느냐"라고 물었다.

그는 "1~2분기는 목표를 웃도는 실적이 예상되지만 3분기 이후에는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크고 여러 변수들이 많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올해 팬택계열은 매출 2조원 이상, 휴대폰 판매량은 1000만대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수익성도 작년 수준 이상을 기록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11시에 시작한 주주총회는 시계 바늘이 어느덧 12시 10분을 가리켰다. 모든 안건을 통과시키고 박 부회장이 주총을 마무리했다.
 
"차마 질문을 못하신 주주님들도 계실텐데, 저와 경영진들이 계속 이 자리에 남아 있겠습니다. 어떤 질문이든지 해주십시오."
 
그순간 팬택 관계자들에게 당황하는 기색이 감돌았다. 예상 시간을 훨씬 지난데다, 박 부회장의 오후 스케줄이 빡빡하게 채워져 있기 때문이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주총이 끝난 이후 몰려든 소액주주들과 얘기를 나눴다.



 
 
 
 
 
 
 
 
 
 
 
 
 
 
 
 

어느 주주가 "삼성과 LG외에도 노키아,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애플 등 경쟁자가 쟁쟁한 데 기대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박 부회장은 "경쟁 상대도 팬택의 성과에 놀라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저희 회사 임직원들도 희망을 버려본 적이 없습니다. 죽을만큼 일한다면 과거보다 그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과를 못내면 죽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빠른 시간 내에 팬택을 튼튼한 회사로 만들겠습니다"

약 20 여분 동안 주주들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어느 순간 지긋하게 나이가 든 노(老)신사가 박 회장의 손을 꼭 잡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팬택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직원 급여를 하루라도 어겨본 적이 없다고 들었소. 주총 전에 일찍 와서 공장 여기저기 둘러봤소. 오늘 부회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실력도 있는 데다 `이 회사가 아직 정신을 잃지 않았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갑니다. 박 부회장님 당신이 쓰러지면 누가 회사를 정상화시키겠소. 반드시 그리고 꼭 건강하셔야하오."

현재 진행중인 팬택에 대한 기업개선작업은 오는 2011년까지로 예정돼 있다. 팬택은 2007년 3분기 이후 6분기 연속 분기 흑자를 기록하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팬택 임직원들은 요즘 주5일이 아니라 주6~7일로 일에 매달리고 있다. 박병엽 부회장도 일요일에 출근하는 날이 많다.

이런 팬택이 3월29일 창립 18주년을 맞았다. 별다른 창립 기념행사없이 박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로 창립 기념을 대신했다.

"우리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들을 보란 듯이 이뤄낸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비록 현재의 환경이 불투명하다지만 반드시 우리는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초우량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박 부회장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분투와 헌신"이라며 "제가 앞장서 일하겠다"고 이메일을 끝맺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누가 왕이 될 상인가
  • 몸풀기
  • 6년 만에 '짠해'
  • 결혼 후 미모 만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