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시리디 시린 호수에 가득찬 물그림자, 민낯을 비추다

강원도 횡성 언택트 걷기 좋은 길
수몰민 애잔함 묻어있는 '횡성호둘레길'
거울처럼 세상을 비춘 호수에 황홀
단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풍수원성당'
초겨울 고즈넉함에 수채화 같아
  • 등록 2020-11-27 오전 6:00:01

    수정 2020-12-17 오후 10:31:55

수몰민의 애환을 간직한 횡성호를 둘러보는 둘레길은 모두 6개 코스가 있다. 이중 5코스는 횡성호숫길을 대표하는 코스로, 호수의 품안을 따라 걷는다. 이른 이침, 바람 한점 없는 날에는 세상을 비추는 그림같은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수몰민의 애환을 간직한 횡성호를 둘러보는 둘레길은 모두 6개 코스가 있다. 이중 5코스는 횡성호숫길을 대표하는 코스로, 호수의 품안을 따라 걷는다. 이른 이침, 바람 한점 없는 날에는 세상을 비추는 그림같은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수몰민의 애환을 간직한 횡성호를 둘러보는 둘레길은 모두 6개 코스가 있다. 이중 5코스는 횡성호숫길을 대표하는 코스로, 호수의 품안을 따라 걷는다. 이른 이침, 바람 한점 없는 날에는 세상을 비추는 그림같은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수몰민의 애환을 간직한 횡성호를 둘러보는 둘레길은 모두 6개 코스가 있다. 이중 5코스는 횡성호숫길을 대표하는 코스로, 호수의 품안을 따라 걷는다. 이른 이침, 바람 한점 없는 날에는 세상을 비추는 그림같은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원도 횡성. 이 지명은 ‘횡천’(橫川)에서 왔다. 횡성 땅의 하천이 남북이 아닌 동서로 빗겨 흐른다 해서 가로 횡(橫)자를 쓴 게 고구려 때부터다. 말 그대로, 가로로 흐르는 물이다. 봉곡산과 태기산에서 발원한 계천의 물길인 섬강도 그렇게 흐른다. 섬강은 남한강의 제1지류. 남한강으로 이어지는 200리 강줄기의 시작이 횡성인 것이다. 이 계천의 물은 어답산 아래 횡성호에 담긴다. 이 아름다운 호수 풍경 아래에는 아픈 사연이 담겨 있다. 횡성호가 들어서기 전, 이곳은 사람들이 살았던 곳. 수몰을 앞두고 이곳 주민들은 고향마을을 떠났다. 중금리·부동리·화전리·구방리·포동리 등. 횡성호 물 아래로 잠긴 마을들이다. 개천을 건너던 섶다리도, 전설이 깃든 장독 바위도, 바쁘게 돌아갔을 정미소도, 술익는 내음으로 가득했던 양조장도. 거짓말처럼 다섯개 마을은 통째 사라져 버렸다.

수몰민의 애환을 간직한 횡성호를 둘러보는 둘레길은 모두 6개 코스가 있다. 이중 5코스는 횡성호숫길을 대표하는 코스로, 호수의 품안을 따라 걷는다. 이른 이침, 바람 한점 없는 날에는 세상을 비추는 그림같은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거울처럼 세상을 비추는 길을 걷다

횡성호의 아름다운 풍광에 애잔함이 묻어나는 이유다. 수몰민의 애환을 간직한 횡성호 주변에는 모두 6개 코스의 횡성호둘레길(31.5㎞)이 있다. 이 중 5코스는 횡성호숫길을 대표하는 코스다. 망향의 동산 일대를 돌아보는 총 9km의 순환형 둘레길로, 호수의 품안을 따라 걷는다. 뒤로는 어답산을 두르고 물가를 따라 낙엽이 흩뿌려진 수변을 걷는 맛이 훌륭하다. 횡성호를 따라 걸으며 시작점으로 돌아올 수 있고, 곳곳에 휴식공간과 전망대가 있어 나들이 코스로도 좋다.

들머리는 A코스 시작점인 ‘망향의 동산’(구방리 526)이다. 이후 길은 거의 갈림길 없는 평탄한 구간이다. 이정표가 곳곳에 잘 설치돼 방향을 헷갈리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다만 길 후반부엔 숲속을 걷는 구간이 있어 얼마간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지나야 한다. 그리 험하지 않으니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B코스로 들어서면 산비탈의 모양대로 굴곡따라 수변을 걷는 길이다.

횡성호숫길 5구간 오색꿈길. 바람 한점 없는 이른 아침에는 호수위로 세상을 비추고 있다.


이른 아침, 호수는 거울처럼 세상을 비추고 있다. 수면이 이편저편의 산들과 하늘, 그리고 하얀 구름을 온통 담고 있다. 물가로 툭 불거진 건너편 산자락들이 꽤 가까운 시야에 자리해 있다. 수심이 내려앉아 드러난 기슭으로 잔잔한 호수 물이 찰방찰방 부딪쳐온다.

호수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 널따랗던 길이 다소 조붓하게 바뀐다. 한사람 정도에 여유를 내어주니 둘이라면 자연스레 앞과 뒤로 걷는다. 폭이 좁은 만큼 호수가 한껏 옆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호수의 풍경에 수풀이 드리우고 은은했던 풀내는 한층 더 짙어진다. 시원하게 뻗은 잣나무 군락에선 선선한 바람이 등 뒤로 불어온다. 잠시 쉬어가라고 놓인 벤치에 앉아 고요함 속으로 빠져든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초겨울. 호수에는 아침마다 안개가 피어올라 유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이른 아침에는 안개가 가둬져 출렁일 정도. 여기에 호수 너머 색바랜 산 능선 너머로 펼쳐지는 경관은 인상파 화가가 그려낸 유화를 연상케 한다. 날마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마침 찾은 날에 만난 안개 낀 호수의 이른 아침 풍경은 가히 황홀할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4번째이자, 강원도에서 첫번째로 지은 ‘풍수원성당’


속도를 낮추고 묵상의 길을 걷다

풍수원성당역사관 앞에 있는 정규하 신부 흉상
경기 양평에서 6번 국도를 따라 강원 횡성으로 접어들면 가장 먼저 만나는 마을이 유현리다. 자그마한 산골 마을로, 이 마을 안쪽에는 단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멋을 풍기는 ‘풍수원성당’이 있다. 붉은 벽돌과 회색 벽돌로 치장된 외벽과 고딕식 종탑, 그리고 성당 앞의 아름드리 느티나무…. 초겨울의 고즈넉함에 젖어 수채화 같은 풍경을 그려내는 곳이다.

풍수원성당은 1907년 지은 성당이다. 우리나라에서는 4번째이자, 강원도에서는 처음 지어졌다. 이 외진 곳에 어떻게 성당이 들어선 것일까. 1801년 신유박해 때 40명의 신자가 피할 곳을 찾다 정착한 곳이 바로 이곳 유현리다. 그때부터 박해를 피해 이곳에 더욱 많은 신자들이 모여들었고, 이들은 화전을 일구거나 옹기를 구워 생계를 유지했다. 이후 1896년 김대건, 최양업 신부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인 신부로 서품받은 정규하 신부가 이곳에 부임하면서 성당을 짓기 시작했다. 이들은 나무를 베고, 기와를 굽고, 벽돌을 날랐다. 당시만 해도 한양까지 250리 길은 양평까지만 사람들이 겨우 다니는 소로가 있었을 뿐. 양평에서 한양까지는 소금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성당 공사에 필요했던 백회나 함석 등의 자재를 운반하는 일 자체가 힘든 고역이었을 것이다. 그 정성 때문일까. 성당이 세워진 지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어디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단아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풍수원성당의 뒤편으로는 묵주동산이 있다. 이 야트막한 어덕을 따라 ‘십자가의 길’이 있다. 성당이 기도의 공간이라면, 이 길은 묵상을 위한 길이다. 낙엽 떨어진 숲길을 따라 예수 고난을 담은 판화가 김철수의 연작이 14개 돌비석에 새겨져 있다. 이곳에서는 되도록 걸음을 늦춰야 한다. 나뭇잎 밟는 소리와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걷는 길이어서다. 그 길의 끝에는 소나무로 빽빽이 둘러친 잔디밭 가운데 성모상과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돌 제단 앞에 서서 십자가를 올려다보면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저절로 경건해진다.

묵주동산의 안쪽에는 중국 페낭신학교에서 신품을 받고 귀국해 풍수원성당에 부임, 성당을 짓고 45년 동안 이 성당을 지켜 오다 1943년 선종한 정규하 신부가 잠들어 있다. 성당 건립과 관련해 전해지는 뒷이야기 하나. 정 신부는 당초 풍수원성당을 푸른 벽돌로 짓고 싶어 했단다. 벽돌을 굽는 과정에서 제 색이 나지 않자 포기하고 붉은 벽돌과 회색 벽돌로 성당을 지었다. 지금도 물론 나무랄 데 없지만, 성당이 푸른빛 감도는 벽돌로 지어졌다면 훨씬 더 아름답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풍수원성당 십자가의 길


◇여행메모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새말나들목에서 나가서 횡성방면으로 좌회전해 442번 지방도로를 탄다. 6번 국도와 교차하는 지점에서 영영포 쪽으로 우회전해 추동1교 다리를 건너자마자 다시 좌회전한다. 이어 만나는 옥동교차로에서 서석·청일·갑천 방면으로 우회전해 달리다가 구방리(망향의 동산)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횡성호다. 여기가 횡성호 주변의 도보코스인 둘레길 5코스의 출발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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