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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1차 산업(농수축산업), 2차 산업(제조업), 3차 산업(서비스·문화·관광업)의 시대를 지나 6차 산업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6차 산업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의 개념이다. 단순하게 각 산업을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이고 종합적으로 융합해내는 것을 말한다. 융합의 키워드는 ‘기능’이 아닌 ‘가치’다. 이는 제조사도, 유통사도 마찬가지다. 제조사는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를 생산하고, 유통사는 이를 세상에 널리 전파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품 루이비통 가방 대부분은 합성피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고 한결같은 ‘명품’의 가치를 인정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덴마크 주얼리 ‘판도라’도 달라진 소비 패턴의 예가 될 수 있다. 판도라의 모토는 ‘마이 스토리, 마이 디자인(My Story, My Design)’이다. 팔찌 줄을 구매한 뒤 고객이 저마다의 의미를 담고 있는 참(Charm·줄에 끼우는 장식)을 골라 끼우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주얼리가 완성된다. 몸에 지니고 있으면 행운이 따른다는 탄생석 반지도 인기다.
유통업계에서도 변화의 흐름은 바로 읽힌다. 의류매장 안 이발소, 의류매장 옆 카페, 놀이공간이 요즘은 낯설지 않다. 동네 슈퍼마켓을 대체한 편의점, 전통시장을 대신하고 나선 대형마트 등도 개념이 바뀌고 있다. 물건을 사고팔던 공간에서 시간과 경험, 가치를 거래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5층에 회전목마를 설치했다. 고객과 동행한 자녀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작년 6월 오픈한 이마트타운은 가전 체험공간, 피규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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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단순히 물건을 비교해 구매하는 차원을 넘어 최근에는 종합적인 경험을 사는 시대가 왔다고 진단했다. 물건을 사는 순간뿐만이 아닌, 과정 전체를 소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맥주도 산 정상에서 먹을 때와 지하 단칸방에서 마실 때의 맛이 다르지 않은가. 같은 이치다. 중요한 건 콘텍스트(context), 맥락이다. 만약에 옷을 사러 갔다고 치자. 소비자는 옷 자체의 품질, 가격만 보지 않는다. 주차는 편한지, 직원은 친절한지, 쇼핑 이외의 볼거리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본 뒤 구매의사를 결정한다. 만약 온라인으로 산다면 배송은 빠른지, 결제는 편한지 등이 판단 요소다. 요즘 사람들은 물건 자체가 아닌 그 물건을 손에 넣기까지의 과정을 소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