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그중에서도 청나라 농업사를 전공한 저자는 옛 농서를 많이 봤다. 농사책에는 의외로 나무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덕분에 뽕나무 관련 논문 10여편을 쓸 수 있었다. 그러다 마흔에 접어들던 어느 날. 문득 나무를 바라보면서 ‘아!’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만약 산에 키가 큰 나무만 있었다면 장마철 홍수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키가 큰 나무에 내린 비는 곧장 땅으로 떨어져 흙을 쓸어버리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키가 큰 나무에 먼저 내렸다가 키가 작은 나무로, 다시 키 작은 나무에서 풀로 이어져야만 홍수를 피할 수 있다. 나무든 인간이든 다양성이 중요하고 자신의 작은 키 역시 다양성 측면에서 보면 하나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나무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나무를 통해 인간의 역사를 해석하는 이른바 ‘생태사학’을 화두로 삼았다.
숲에 가서 나무와 교감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내용이 많다. 나무로부터 배우는 인생의 지혜는 ‘자기계발서’의 값싼 충고보다 훨씬 설득력 있다. 아까시나무, 소나무, 쥐똥나무 등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나무에 관한 식물학적 정보는 유용한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