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절대 스스로를 구박하지 않는다"

작은 키 콤플렉스 이겨낸
생태사학자의 '나무사랑'
……………………………
나무철학
강판권ㅣ340쪽ㅣ글항아리
  • 등록 2015-08-05 오전 6:16:30

    수정 2015-08-05 오전 6:16:30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열심히 공부해서 남들이 선망하는 교수가 됐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닐 만도 했다. 그러나 남모를 콤플렉스가 있었다. 키가 문제였다. 4형제 중 막내였는데 유독 자신만 작았다. 부모는 자신을 임신한 해에 큰 가뭄이 들어 영양공급이 부실했다고 설명해줬지만 콤플렉스는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사학, 그중에서도 청나라 농업사를 전공한 저자는 옛 농서를 많이 봤다. 농사책에는 의외로 나무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덕분에 뽕나무 관련 논문 10여편을 쓸 수 있었다. 그러다 마흔에 접어들던 어느 날. 문득 나무를 바라보면서 ‘아!’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만약 산에 키가 큰 나무만 있었다면 장마철 홍수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키가 큰 나무에 내린 비는 곧장 땅으로 떨어져 흙을 쓸어버리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키가 큰 나무에 먼저 내렸다가 키가 작은 나무로, 다시 키 작은 나무에서 풀로 이어져야만 홍수를 피할 수 있다. 나무든 인간이든 다양성이 중요하고 자신의 작은 키 역시 다양성 측면에서 보면 하나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나무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나무를 통해 인간의 역사를 해석하는 이른바 ‘생태사학’을 화두로 삼았다.

그렇게 ‘수학’(樹學)이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학문체계를 만들고 있는 저자는 식물학자가 아님에도 나무전문가로 꼽힌다. ‘나무열전’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 등 이미 열다섯권의 나무 관련 책을 냈다. 이번 책은 조금 다르다. 전문적인 서적이 아닌 나무를 보며 사색한 단상을 정갈한 문체로 담아낸 것이다. 저자는 “나무를 만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며 “나무를 사랑하기 전까지는 신체에 대한 저주가 불행의 원천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고백한다. 나무는 스스로를 절대로 구박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오로지 자신을 존경하고 존중할 뿐이란 거다.

숲에 가서 나무와 교감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내용이 많다. 나무로부터 배우는 인생의 지혜는 ‘자기계발서’의 값싼 충고보다 훨씬 설득력 있다. 아까시나무, 소나무, 쥐똥나무 등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나무에 관한 식물학적 정보는 유용한 덤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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