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서울 도심에 재개발이 늘면서 건물 소유주들 사이에 일조권, 사생활침해 등을 이유로 잦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일조권의 경우엔 민사 소송을 통해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지만, 현재 건축법 상으로는 건물 설계안에 대한 사생활침해 방지 관련 조항이 없어 문제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 A오피스텔 옆으로 지어지고 있는 B사 신사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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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준공 8년차 A오피스텔 주민들은 바로 옆에 공사 중인 B사 신사옥 건물로 인해 일조권과 사생활을 침해 받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A오피스텔은 지난 2016년 준공된 총 12층 높이, 198세대 규모의 오피스텔이다. 중구 순화동에 위치해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기 떄문에 실주거 용도로 거주하는 주민들이 많은 편이다.
해당 오피스텔 건물 주민들이 일조권과 사생활침해 문제를 걱정하게 된 것은 바로 옆에 위치해 있던 B사의 신사옥 재개발이 추진되면서다. 주민들은 16층 높이로 지어지고 있는 B사 사옥의 건물 창문이 오피스텔의 인접한 세대와 가까워 거실 안이 들여다 보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창문 방향을 오피스텔 방향에서 비껴나도록 조금 더 남쪽으로 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A오피스텔 주민들은 중구청에 200장 이상의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오피스텔 주민 김모씨는 “오피스텔에서 최소 거리 기준으로 3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건물 창문쪽으로 오피스텔 통창이 마주보게 되는 구조”라면서 “계절에 상관없이 창문도 못 열게 될뿐만 아니라 빛까지 잘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B사는 관할 구청인 중구청에서 적법하게 설계안에 대한 허가를 받고 사옥을 짓고 있고 내년 3월 준공을 앞두고 있어 건물 설계 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B사 관계자는 “오피스텔 준공 이전부터 있던 회사 건물을 재개발 하는 과정이고, 관할 구청 건축 인허가까지 다 났기 때문에 설계안 변경은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주민들과 원만한 합의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구청에서 인허가가 난 건축물이라면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설계를 변경할 방법은 없고, 수인한도를 넘어갈 정도라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정도로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일조권 침해나 사생활 침해가 아주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건물 사이의 가림막이나 새 건물 창문에 사생활보호 필름 등을 부착하는 방식을 권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다만 주민들이 입은 손해 정도가 아주 크다고 하면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