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숙 "軍 성폭력 터졌는데 여군 '몸관리 잘하라' 지침…모든게 부적절"

"'눈 가리고 아웅' 관행·폐쇄성을 바꾸려는 노력 필요해"
  • 등록 2021-06-04 오전 7:56:10

    수정 2021-06-04 오전 7:56:10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공군이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을 두고 안이하게 대응하고 조직적 은폐 의혹이 드러난 가운데 가해자 가족까지 은폐에 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은 군의 대처가 부적절한 총체적 부실 사건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모 중사가 2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됐다. (사진=연합뉴스)
3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과의 인터뷰에서 “공군 부사관 빈소에서 유가족들을 만나 사망 경위에 대한 얘기도 들었고 유가족이 이 사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입장도 들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피해가 있었던 날 회식 자리부터 매우 부적절했다. 업무와 무관한 상사 지인의 개업 축하 자리에 여군의 근무시간을 바꿔 참석시켰다”며 “피해 신고 후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가 즉각 이뤄지지 않았고 가해자나 회식 자리를 만들었던 간부의 협박과 회유가 제약이 없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이 가장 분노하는 부분 중 하나가 이 부분이었다. 군인인 자신의 딸을 어떻게 이런 자리에 배석하게 했느냐”며 “동석을 하게 한다는 것의 의도가 너무 명확하다. 이 모든 것은 사실이 말이 안되는 과정이었고 더 강한 은페 의혹을 만드는 상황과 계기였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피해 신고 후 가해자와의 분리 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매뉴얼이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폐쇄적 조직인 군 문화 속 가해자 분리에 대한 최소한의 노력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2차 가해가 이뤄진다면 구속이 됐었어야 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는 새 부대에 출근한 지 겨우 나흘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군인으로만 살아온 군인 정체성이 강한 24살 피해자다”며 “자신을 적대시하는 조직환경에 더는 군인으로서 살 수 없겠다는 처참한 결론에 다다르며 어떤 마음이었을지 짐작도 안 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바로 신고하고 해결한 후 일상으로 복귀하고자 했지만 결국 세상을 등지는 것은 조직의 책임”이라며 “피해자는 구제를 요청했지만 가해자와 가해자 가족이 피해자를 협박하도록 내버려 두고, 간부들이 돌아가면서 피해자를 괴롭혔다는 것은 조직 내 사건 해결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들의 총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저는 2004년부터 군성폭력과 조직 문화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그동안 군이 해온 것이 무엇인지, 개선된 것이 무엇인지 단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면서 “어떻게 이렇게도 변하지 않는 조직이 있을 수 있는지. 군은 기존의 문법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시민 사회의 방식의 방식으로 사건에 대한 수사와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의원은 “이런 일이 벌어지면 오히려 여군들에게 ‘몸관리 잘하라’고 교육을 한다고 한다. 성고충 상담관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주의를 준다거나 징계위에 외부 사람들이 들어와서 이런 문제에 대해 냉정하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관행들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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