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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의 인사청문회는 국정감사 못지않게 여론과 정치권의 관심이 높다. 만사의 시작이 인사이기에 인사청문회는 매우 첨예한 의사일정 중 하나다. 공직후보자의 검증과정에서 야당은 청와대와 각을 세울 수도 있고, 또 주요 정책의 향방까지도 가늠해 볼 수 있는 순간이 바로 인사청문회다.
그러나 최근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여러모로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게 운영되고 있지 못하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정쟁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비단 국회만의 잘못은 아니다.
가장 손에 꼽히는 제도적 한계는 인사청문 결과에 대한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에서는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에 대해서는 국회 임명동의를 받게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사청문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해당 후보자의 적격 여부에 대한 국회의 판단이 대통령의 결정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지 못한다.
두 번째로,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 절차가 깜깜이라는 데 있다. 국회에 제출하는 인사청문 요청안에서는 인사청문 요청사유서와 후보자의 경력이나 학력, 재산 등에 대한 공적인 문서 등을 제출하게 돼 있다. 국회는 이를 토대로 후보자의 도덕성과 직무 능력을 검증한다.
그러나 국회가 수사기관이 아닌만큼, 후보자와 관련된 여러 의혹들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쉽지 않다. 많은 부분들이 후보자 가족이나 주변들의 개인정보와도 관련돼 있다보니, 자료제출로 싸우다가 끝나는 청문회도 적지 않다. 후보자의 진면목을 살펴보지 못하니, 결국 인사청문결과보고서 채택 여부는 정치적 판단에 맡겨진다.
후보자들 역시 문제다. 무엇보다도 최근의 청문회서도 보였듯이, 일부 후보자들은 ‘오늘 하루만 넘기면 된다’는 심정으로 읍소하지만, 정작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선 충분히 해명하지 않는다. 이 역시 누가 정권을 잡든지와 상관없이 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매번 벌어지는 인사청문 정국을 방치하는 청와대가 안타깝다. 사실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가장 철저하게 한 곳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다. 각 후보자들의 대부분의 논란거리에 대해서 청와대는 사전에 검증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에 청와대의 사전 검증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설명이 없다. 문제가 있다고 야당이 지적해도 묵묵부답, 소위 찾을 수 있으면 찾아봐라는 식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인사청문회를 대하는 청와대의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 인사권자가 후보자 이력서만을 국회에 보내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공정하고 투명하고 정의로운 인사를 하겠다던 대통령의 취임일성을 다시한 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