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칼럼]100세 시대의 좋은 부모, 좋은 자녀

  • 등록 2011-09-28 오전 8:26:44

    수정 2011-09-28 오전 8:26:44

[이데일리 강창희 칼럼니스트] 인생 100세 시대가 안겨주는 과제 중 하나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늙어 간다는 것이다. 1960년대만 해도 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노부모 부양기간이 평균 5년 정도 였다.

그러나 앞으로 오는 100세 시대에는 부양기간이 25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나 문자 그대로 노인이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고 싶어도, 이미 자녀들 자신도 퇴직을 해서 별다른 소득이 없기 때문에 노부모 부양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 노부모가 될 세대들은 노후를 기댈 곳은 자녀가 아니라,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전에는 `좋은 부모`란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베풀어주는 부모를 말했다. 수명이 60~70세 정도일 때는 부모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주고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인생 100세 시대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아무런 소득 없이 지내야 하는 노년기가 길어지면서 부모들은 자식에게 베풀었던 사랑을 돌려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문제는 자녀들의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자녀교육과 내 집 마련 등으로 한창 돈이 들어갈 시기이기 때문에 노부모 부양이 쉽지 않다. 예전처럼 형제도 많지 않기 때문에, 혼자 또는 둘이서, 노부모 부양 책임을 져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좋은 부모`란 그저 자식에게 많이 베풀어주기 보다는 나이 들어서도 자식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 부모일 것이다.

이런 생각의 변화는 최근 들어 급증하는 주택연금 신청자들을 보면 잘 나타난다. 주택연금이란,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제도이다. 부부 모두 60세 이상이고, 시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한 채만 보유하고 있으면 가입이 가능한데, 지난해 이후 주택연금 가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연금 신청자들의 연령을 분석한 결과 평균 73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퇴직을 하고, 십수년정도 은퇴 생활을 하면서, 현역시절에 모아둔 노후자금이 소진되었거나, 퇴직 후에 얻은 일자리마저 그만두면서 생활비에 어려움을 겪게 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제 가진 것이라곤 집 한 채밖에 없는 그 분들에게, 삶의 터전을 지키면서 생활비까지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은, 주택연금 외에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분들이 주택연금을 신청하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는 것이 주택 상속에 대한 고정관념이라고 한다. `장남에게 집 한 채는 물려줘야지`하는 생각에 차일피일 신청을 미루다가, 결국 더 이상 어쩔 수 없게 되어서야, 주택연금에 가입한다고 한다.

반면에, 자녀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주택 상속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는 것이다. 부모가 90세 정도까지 산다면, 그때 자식의 나이는 대략 60세 정도가 될 것이다. 자녀 입장에서는 환갑이 다 된 나이에 부모에게 집을 물려받기 보다는, 자녀 교육과 각종 생활비 때문에 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40, 50대에 부모가 주택연금을 받아 부양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자신들에게는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부모부양과 상속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자신의 형편에 맞지 않게 무조건적으로 뒷바라지를 하고, 나중에 자식에게 빚을 갚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노후를 책임질 수 있는 부모가 ‘좋은 부모’가 될 거라는 것이다.

자녀들 또한, 부모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기대하기보다는 부모님이 노후에도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사실 수 있도록 배려할 줄 아는 자녀가 `좋은 자녀`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우아한 배우들
  • 박살난 車
  • 천상의 목소리
  • 화사, 팬 서비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