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앞으로 오는 100세 시대에는 부양기간이 25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나 문자 그대로 노인이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고 싶어도, 이미 자녀들 자신도 퇴직을 해서 별다른 소득이 없기 때문에 노부모 부양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 노부모가 될 세대들은 노후를 기댈 곳은 자녀가 아니라,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전에는 `좋은 부모`란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베풀어주는 부모를 말했다. 수명이 60~70세 정도일 때는 부모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주고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인생 100세 시대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아무런 소득 없이 지내야 하는 노년기가 길어지면서 부모들은 자식에게 베풀었던 사랑을 돌려받기를 원한다.
이런 생각의 변화는 최근 들어 급증하는 주택연금 신청자들을 보면 잘 나타난다. 주택연금이란,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제도이다. 부부 모두 60세 이상이고, 시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한 채만 보유하고 있으면 가입이 가능한데, 지난해 이후 주택연금 가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연금 신청자들의 연령을 분석한 결과 평균 73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퇴직을 하고, 십수년정도 은퇴 생활을 하면서, 현역시절에 모아둔 노후자금이 소진되었거나, 퇴직 후에 얻은 일자리마저 그만두면서 생활비에 어려움을 겪게 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제 가진 것이라곤 집 한 채밖에 없는 그 분들에게, 삶의 터전을 지키면서 생활비까지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은, 주택연금 외에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분들이 주택연금을 신청하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는 것이 주택 상속에 대한 고정관념이라고 한다. `장남에게 집 한 채는 물려줘야지`하는 생각에 차일피일 신청을 미루다가, 결국 더 이상 어쩔 수 없게 되어서야, 주택연금에 가입한다고 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부모부양과 상속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자신의 형편에 맞지 않게 무조건적으로 뒷바라지를 하고, 나중에 자식에게 빚을 갚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노후를 책임질 수 있는 부모가 ‘좋은 부모’가 될 거라는 것이다.
자녀들 또한, 부모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기대하기보다는 부모님이 노후에도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사실 수 있도록 배려할 줄 아는 자녀가 `좋은 자녀`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