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김건희표 예산, 상속세…예산심사 곳곳이 지뢰밭

[2025년 예산안 본격 심사]
민주, 지역화폐 예산 사활…尹정부 후 매년 반복
개식용종식·검찰특활비 등도 삭감 조준
‘4.3조 감세’ 세법안 심사따라 세입 달라져
예산안 자동부의 없어지나…정부 “준예산 필요할 수도”
  • 등록 2024-11-01 오전 5:00:00

    수정 2024-11-01 오전 5:00:00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여느 한 해도 순탄치 않았지만 올해는 특히 예산안 심사에 극심한 진통이 예고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저조, 제1야당의 절대 과반 의석 등이 맞물리면서 정부 예산안을 대폭 칼질하려는 야당과 저지하려는 여당간 치열한 예산전쟁을 벌일 전망이다.

김건희예산 깎고, 지역화폐 끼워넣기…與, 올해엔 저지?

지역화폐 예산은 올해도 예산안 심사의 뇌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안 677조 4000억원 가운데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예산이 빠진 점을 문제 삼고 있다. 10조원 규모의 지역화폐 발행을 위해 예산 2조원을 편성하겠단 태세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대표의 간판정책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매출을 늘리고 고물가 속 가계지출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정부여당은 소비진작 효과 없는 포퓰리즘 예산이라며 강경 반대를 고수 중이다. 정부는 지역화폐 대신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올해 5조원에서 내년에 5조5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3900억원 편성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후 정부여당의 반대→수적 우위를 무기로 한 야당의 처리 강행→지역화폐 예산 증액은 매년 반복돼왔다. 2023년엔 3525억원, 올해엔 3000억원 예산이 편성됐다.

민주당은 정부안에서 1조원가량 삭감된 고등학교 무상교육 관련 예산도 전액 되살리겠단 구상이다.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 국고 지원 근거 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특례 조항이 올해 말 일몰됨에 따라 작년 9028억원, 올해 9438억원이던 예산을 내년엔 편성하지 않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했던 고교 무상교육 재원을 100% 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전환하겠단 취지다. 그러나 민주당·조국혁신당은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을 3년 연장하는 법 개정안을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일방 처리했다.

야당은 지역화폐 등 예산 확보를 위해 ‘불요불급’한 예산은 대폭 삭감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게 ‘김건희여사표 예산’이다. 이른바 ‘개 식용 종식법’ 후속조치로 개 식용 완전 금지 전까지 관련 업체의 전업·폐업을 지원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예산 540억원이 우선 타깃이다. 자살·우울증 예방을 위해 보건복지가 추진하는 ‘전 국민 마음투자 사업’ 예산 508억원에도 김 여사의 관심이 반영됐다고 판단해 삭감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야당탄압의 선봉에 있다고 비판해온 검찰의 특수활동비 △공영방송 이사 선임 논란에 싸였던 방송통신위원회 △김형석 관장의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이 인 독립기념관 운영비 등이 주요 삭감 대상이다.

세법안 심사에 4.3조 세수 달려…최장 지각처리 우려

내년도 예산안 공청회를 연 예산결산특위(사진=연합뉴스)
예산안과 연동되는 세법개정안도 본격 심사를 시작한다. 정부여당의 상속세 개편 등과 관련, 야당은 ‘부자감세’라며 강력 반발해 세법안 심사에도 예산안 못지않은 험로가 기다리고 있다.

최대 쟁점은 상증세법이다. 정부는 현재는 상속증여액 30억원 초과에 최고세율 50%를 적용하지만, 10억원 초과에 40%로 낮추겠단 방침이다. 자녀 1인당 공제 한도는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상향한다. 여기에 가업상속·승계 혜택 확대, 대기업 최대 주주의 보유주식에 대한 20% 할증평가 폐지 등도 담겼다. 내년 시행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한다.

정부여당은 세부담 적정화를 내세운다. 반면 야당은 내년까지 3년 연속 대규모 세수펑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부자감세’로 세입여건이 악화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정부의 내년예산안은 세법안 통과로 내년에 상증세수 2조 4199억원을 포함해 총 4조 3515억원의 세수가 감소한단 전제로 짜여 있다. 정부의 상증세법안 등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내년도 세입 규모가 바뀌고 예산안 내용도 바뀌게 된단 의미다.

한편 예산안,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입장이 극명히 갈리면서 올해도 법정 시한 내 처리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까운 상태다. 심지어 야당은 예산안 자동부의제도 폐지까지 추진하고 있다. 예산안 심사 법정 기한인 11월 30일까지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정부 예산안 원안·예산 부수 법안(세법안)이 12월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도록 돼 있지만, 야당은 이 국회법 규정을 없애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야당은 예산안 처리를 고의 지연시키는 ‘예산안 발목잡기법’을 일방처리하겠다고 한다”며 “전국민 현금살포 같은 이재명표 포퓰리즘 예산을 끼워넣기 위해 약 680조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볼모 잡겠다는 속셈”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따라 예산안·세법개정안 심의가 역대급으로 지연될 공산도 커졌다. 2014년 예산안 자동부의제도가 담긴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최장 지각처리 기록은 2022년으로 법정 처리 시한보다 22일 늦은 12월 24일 처리됐다. 2013년엔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새해 1월1일 새벽에 처리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예산안은 상당히 지연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연내 예산안 처리가 불발될 경우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준예산까지 준비해야 할 엄중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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