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의 문화재 읽기]'삼국유사' 국보 지정, 이제서야?

인쇄시기 가장 빠른 '삼국유사' 국보 승격
고려시대 판본은 전해지지 않아
조선 지방 관서·서원에서 보기 위해 간행
  • 등록 2020-08-31 오전 6:00:00

    수정 2020-08-31 오전 6:00:00

국보 제306호 삼국유사 권3~5(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지난 27일 부산 범어사 소장 ‘삼국유사 권4~5’가 국보로 승격됐다. 삼국유사가 아직까지 국보가 아니었는지, 국보에 지정돼 있었던 것 아닌지 궁금증이 생긴다. 고려 후기 승려 일연(1206~1289)이 1281년(충렬왕 7년) 편찬한 삼국유사는 고조선부터 삼국시대의 역사·문화에 관한 설화 등을 종합해 삼국사기와 더불어 한국 고대사의 보고로 불려왔기 때문이다. 총 5권 9책으로 이뤄진 책은 단군 신화를 최초로 기록했고, 고대 가요와 신라의 향가 등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한국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사실 삼국유사는 이미 국보 제306호와 국보 제306-2, 306-3에 지정돼 있다. 이번에 지정된 삼국유사는 이들에 이어 4번째로 국보로 지정된 것이다. 현존하는 가장 이른 판본인 1394년 판각본 중에서 인출 시기가 가장 빠른 것으로 전해져 서지학적 의미가 높고, 기존 지정본에서 누락된 제28~30장을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라는 면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로 승격된 것이다. 앞서 국보로 지정됐던 3종 중 제306호와 제306-3호도 범어사본과 같은 1394년 판본이다. 국보 제306-2호는 1512년(중종 7) 경주에서 간행된 정덕본(正德本) 삼국유사로 완질이다.

삼국유사의 첫 간행 시기는 알려지지 않는다. 고려시대 판본도 전해지지 않고 조선 초기 판본부터 남아있다. 조선시대에는 중앙 관서가 중심이 돼 목판본과 활자본 등 다양한 기록물을 제작했다. 필요한 책을 만들어 중앙 및 지방 관서·학교·서원 등에 널리 보급했다. 삼국유사도 당시 한국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꼽히며 여러번 책으로 제작됐다. 현전하는 기록에 따르면 삼국유사는 1310년대와 1394년(태조 3), 1512년(중종 7) 세 차례 간행됐다.

삼국유사의 간행 시기를 알 수 있는 가장 이른 기록은 1394년 경주 부사(府使) 김거두 발문이다. 발문에는 “우리 동방의 삼국 본사(本史)와 유사(遺史) 두 책은 오직 경주부에만 있는데 세월이 오래돼 알아볼 수 없었다…책을 간행하기 위해 판본을 널리 구했으나 쉽사리 얻을 수 없어 지금이라도 복각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완전히 없어지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적혀 있다. 즉 고려시대 간행본이 조선까지 전해졌지만 알아보기 힘들자 어렵게 고려 간행본을 구해 목판을 판각하고 이것을 새로 책으로 간행했다. 한 시대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던 선현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두번째는 1512년 경주 부윤으로 있던 이계복의 발문에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삼국본사와 유사 두 책이 다른 곳에서는 간행된 적이 없고 본부(경주부)에 판이 있는데 연대가 오래돼 판이 망가져서 한 줄에 겨우 4~5자 알아볼 수 있는 정도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 초기에 이어 또 한번 목판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손상되자 판각을 한 뒤 새로 책을 간행했다. 앞서 간행됐을 때와 100년 넘게 시간 차이가 있는 만큼 목판 판각 형식과 바뀐 글자 등에서 약간의 차이도 드러난다.

목판이 있었는데 세번밖에 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의아할 수 있다. 정제규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목판의 특성상 비용이 많이 들고 당시만 해도 종이가 비싸 책을 만드는데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 수시로 찍어낼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판이 마모돼 판각을 새로 할 때도 책 전부를 완전히 새로 파냈다기 보다는 없어진 목판만 판각한다거나 매목이라고 해서 낡은 글자만 파내고 새 글자를 붙이는 방식으로 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물론 책이 몇 차례 더 간행됐을 수도 있지만 남아 있는 삼국유사 기록이 없어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삼국유사 범어사본(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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