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적자였던 젝시믹스, 3년 만에 800억 브랜드로

이수연 대표, 의류쇼핑몰 창업·디자이너 경력 살려 젝시믹스 브랜드 메이킹
2016년 회사 합류 이후 1인 10역 소화하며 매출 흑자·성장 이끌어
“소비자 입장에서 ‘가심비’ 갖춘 제품 만드는 것 1순위 철학”
  • 등록 2020-01-30 오전 6:45:00

    수정 2020-01-30 오전 10:08:59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내가 소비자라면 이 가격에 우리 레깅스를 살까?”

이수연(37) 젝시믹스 대표는 20대 시절 의류쇼핑몰 창업 경험과 웹디자이너 경력을 살려 젝시믹스에 합류한 뒤 3년 만에 브랜드를 매출 800억원 대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이다. 젝시믹스는 브랜드엑스그룹이 전개하는 애슬레저(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운동복) 브랜드로 지난 2015년 출시됐다.

이 대표는 젝시믹스 론칭 초기 브랜드 정체성도 확립되지 않았던 2016년 브랜드엑스그룹에 디자인 팀장으로 합류해 3년 만에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대표로 취임한 인물이다. 현재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창립자인 강민준 대표와 각자 대표로 일하며 젝시믹스 운영 전반을 맡고 있다.

그는 3년 만에 브랜드의 고속 성장을 이끈 노하우에 대해 소비자의 입장에서 일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운동복을 파는 사업가이기도 하지만 저희 브랜드 옷을 24시간 착용하는 소비자이기도 하다”면서 “아주 깐깐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구매 여부를 따져보고 또 입어보며 제품을 만드니 그만큼 자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수연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대표. (사진=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디자인 팀장으로 입사해 ‘1인 10역’ 도맡아

이 대표가 만든 젝시믹스의 요가복은 심플하면서도 독특하고 실용적인 디자인, 좋은 재질 등으로 먼저 입소문을 탔다. 그러면서 경쟁 브랜드 제품들에 비해 가격은 3분의 1 수준으로 낮은 편이어서 젝시믹스 마니아가 생겨났다.

그 비결은 이 대표의 독특한 경력과 경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의류 디자인 전공이 아닌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고, 웹사이트 구축을 담당하는 소규모 에이전시에서 웹 디자이너로 약 12년 동안 일했다.

이 대표는 “디자이너로 일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스타일난다’ 등 여성 의류쇼핑몰들이 태동하고 성장하던 시기였다. 창업에 대한 꿈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쇼핑몰을 창업해 운영했지만 쉽지 않았다”면서 “그런 경력을 살려 젝시믹스에 합류하게 되었고, 미적 차원이 아닌 체형 보완과 입체적인 편안함의 관점을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브랜드 운영의 전반을 맡을 수 있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젝시믹스의 어려운 ‘경영상황’ 때문이었다. 3년 전 합류 당시 젝시믹스 직원은 물류·CS(고객만족)·MD(상품기획) 담당 각 1명씩 총 3명뿐이었다. 강민준 대표는 온라인마케팅 회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젝시믹스에 온전히 신경 쓸 수 없었다.

이 대표는 “직책은 디자인 팀장이었지만 여건상 혼자 10명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당시 회사 내부사정은 적자였기 때문에 추가 인원을 채용하기도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적자만 벗어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혼자 제품 디자인은 물론 원단 구매, 제품 생산, 촬영, 코디, 보정, 웹디자인까지 다양한 업무를 했다. 당시에는 소수의 구성원으로 신제품 출시 일정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주말은 물론 밤낮없이 일하는 것이 당연할 정도였다. 주문이 많을 때는 직접 포장도 하고 고객문의가 많을 때에는 응대도 했다. 또 새로운 디자인과 샘플이 나오면 촬영도 진행하고 사진 보정과 상품등록 등 업데이트까지하며 고군분투했다.

젝시믹스의 대표 주력 제품 ‘셀라라인’. (사진=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똑똑한 소비자들, 정성·진심 알아봐 주셨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젝시믹스는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2~3주 단위로 신제품을 선보였다. 여기에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감)를 갖춘 제품 제작을 위해 원단 개발에도 직접 참여할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 제품 생산 역시 대부분 국내 공장에서 이뤄진다.

이 대표는 “신제품 출시가 많아지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제품을 바꿔 착용하면서 근무하고 있다. 심지어는 주말이나 잠잘 때도 착용을 할 정도”라며 “몇 년째 사복을 입은 기억이 없을 정도로 저희 옷을 매일 테스트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생산을 고집하는 이유는 마진에 대한 욕심보다 고객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고 생산과정을 꼼꼼히 관리하기 위함이다. 그는 “해외 생산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본사와 효과적인 소통이 어렵고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떨어트려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데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품질제일주의 철학은 소비자들의 반응으로 증명됐다. 매출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셀라(CELLA) 시리즈’는 특히 이 대표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제품이다.

셀라 시리즈는 흡한속건(땀을 흡수하고 건조시키는) 기능을 갖춘 기능성 원단으로 제작한다. 우수한 내구성으로 반복적인 움직임에도 원단 회복력이 뛰어나 어떠한 운동을 하더라도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기능과 체형에 따라 ‘셀라V업’, ‘셀라퍼펙션’, ‘셀라플래쉬’, ‘셀라부츠컷’, ‘셀라이트’, ‘셀라프레쉬’ 등 6개 모델로 제품을 세분화해 출시하니 고객 호평이 이어졌다. 셀라 라인은 젝시믹스 판매량 중 37%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블랙라벨(하이플렉시) 역시 비교적 고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소위 ‘스타 상품’이 등장하자 젝시믹스 매출도 함께 날았다. 젝시믹스는 2017년 이후 매 분기마다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여름(7~8월) ‘스윔(swim)라인’ 출시로 인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0%나 상승해, 2019년 마감 예상 매출액은 약 800억 원 수준이다.

올해는 잠실 롯데월드몰 매장과 강남 신세계백화점에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여는 등 빠른 속도로 유통망을 확장했다. 특히 롯데월드몰 매장은 오픈 11일 만에 목표 매출액의 100%를 달성하며 온·오프라인 영향력을 동시에 확장하고 있다. 2020년 젝시믹스의 목표 매출액은 약 1500억 원이다.

이 대표는 “애슬러저룩 시장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만큼 2020 봄·여름(S/S) 시즌부터 남성용 제품 출시도 계획하고 있고, 최근 저가 레깅스인 ‘네오플렉시’를 선보이는 등 더욱 다양한 제품군으로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젝시믹스 핏스토어 홍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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