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가격 인상 계획 없다는 말은 '가격 인상 하겠다'는 것

  • 등록 2015-12-03 오전 6:00:00

    수정 2015-12-03 오전 6:0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하이트진로(000080)가 소주 ‘참이슬’의 출고가를 병당 54원 올리며 소비자들의 시선이 롯데주류의 ‘처음처럼’과 무학 ‘좋은데이’ 등 경쟁제품에 쏠려 있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가격 인상 소식에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힌 롯데주류와 무학이 대체 언제 가격을 올릴 것인가 궁금해하고 있는 것.

두 업체 모두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역시 전혀 믿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처음처럼과 좋은데이의 가격 역시 조만간 인상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는 식품업계에서 가격 인상을 대하는 업체들의 모습이 ‘양치기 소년’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소주 업체들의 지난 가격 인상 사례만 봐도 두 업체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 1위 참이슬이 가격을 올리면, 1~2개월이 지나 2위와 3위가 슬그머니 가격을 따라 올리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를 잡았다.

특히 참이슬이 연말에 소주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계획이 없다고 밝혔던 롯데주류와 무학이 그 이듬해 초 언제 그랬냐는 듯 가격 인상에 동참하는 모습이 반복돼 왔다. 지난 2008년 말 참이슬 가격이 5.9% 오르자, 2009년 초 처음처럼은 가격을 6.0% 올렸다. 2012년 말 참이슬이 가격을 8.9% 인상하자, 2013년 초 처음처럼도 8.9% 가격을 인상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롯데주류와 무학 등 후발 사업자들이 내년 1~2월 소주 가격을 올리는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인상 폭 역시 참이슬과 비슷한 5%대 수준이라는 분석도 이미 나왔다.

소주뿐만이 아니다. 패스트푸드·음료·라면 업계도 모두 1위가 가격을 올리면 “우리는 계획이 없다”던 후발주자가 한 두 달 지나 가격 인상에 나선다.

업체들의 ‘양치기 소년’ 가격 인상을 두고 눈살을 찌푸리는 소비자도 많다. 어차피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면 미리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물론 업체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린 시점에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었는데 원재료 상승과 물류비 등을 따져보니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에 동참하게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1위 사업자가 가격을 올린 시점부터 후발주자들은 이미 스스로 조만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을 알고 있다. 업체들이 미리 입이라도 맞춘 듯 “현재로서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말하는 점만 봐도 그렇다. 이 말은 곧 ‘현재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지만 조만간 올릴 수도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1~2개월 늦게 가격을 인상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은 좋아할까. 소비자는 알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얕은수로 자신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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