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횡령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주일에 두차례씩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 간다. 수감된 최재원 수석 부회장의 구속 만기일이 7월 20일 쯤이라, 그 전에 1심 판결을 내리려고 재판에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검찰측 핵심증인인 서범석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26일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재판정에 머물렀다. 최 회장은 한 마디도 안 했지만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을 보였다. 지난 3월 2일 첫 공판 출석때 "왜 이런 오해까지 받을까에 대해 자괴감이 든다"고 말한 것 처럼. 최 회장 형제 재판에는 홍보·대관 관계자 뿐 아니라 김모·정모 부회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들이 참석하는데, 최신원 회장이 대주주인 SK텔레시스 직원도 눈에 띄였다. 수십명에 달하는 SK 관계자들 때문에 재판장이 법정을 5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소법정에서 형사대법정으로 바꿀 정도다.
어제(지난달 30일) 열린 김승연 한화 회장 공판도 한화그룹 임직원이 총출동하긴 마찬가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은 이날 1시 48분쯤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출두했는데, 저녁 7시를 넘겨서야 피고인 심문이 시작되는 바람에 9시 이후까지 법원에 머물렀다.
김승연 회장은 이날 장남인 김동관 차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검찰 주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변호인측은 "김 회장과 아들은 특별한 관계에 있다"며 "지난번 재판부는 이 상황을 이해해 증인을 철회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14일 차기 공판에서 김 차장이 증인으로 나올 지 관심이다.
한편 최 회장과 김 회장 재판정에는 SK그룹과 한화그룹과 악연(?)이 있는 기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법정소란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학원업체 비타에듀측 관계자들이 4월 중순까지 최태원 회장 공판장에서 시위를 벌인 바 있고, 김승연 회장 법정에서도 부석산업개발 직원이 방청석에서 "오늘은 병원 안 가셨네?" "사람 다 죽어가는 건 모르고.."라고 김 회장을 비난했다. SK그룹과 한화그룹은 두 회사가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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