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렌트', 세기 넘어 성공할 수 있을까

동성애· 에이즈· 마약 중독 소재
젊은층 중심 '팬덤 문화' 일으켜
"소재 낡아 감동 덜할 것" 의견도
  • 등록 2020-06-18 오전 6:30:01

    수정 2020-06-18 오전 11:41:20

지난 1일 열린 뮤지컬 ‘렌트’ 쇼케이스에서 정다희(조앤)와 전나영(모린), 민경아(모린)이 공연하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25년 전 ‘파격’과 ‘충격’으로 브로드웨이를 뒤흔들었던 뮤지컬 ‘렌트’가 세기를 넘어서도 흥행 가도를 달릴 수 있을까. 9년 만에 다시 국내 무대에 오른 ‘렌트’의 성공 여부에 공연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96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 무대를 가졌던 ‘렌트’는 ‘올해 최고의 작품(뉴욕 타임즈)’, ‘브로드웨이를 재창조하다(롤링 스톤)’ 등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퓰리처상과 토니상, 연극협회상 등 뮤지컬이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쓸어담았던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당시만 해도 뮤지컬시장의 비주류였던 젊은 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여 ‘렌트 헤즈(Rent-Heads)’라는 독특한 팬덤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젊은 층의 유입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장이 성장 페달을 밟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 뮤지컬계가 이 작품을 두고 “뮤지컬 지형도를 바꿔놓았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이후 ‘렌트’는 브로드웨이에서만 12년간 총 5123회 공연하고, 전 세계 47개국에서 25개 언어로 무대에 오르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서도 흥행 신화를 써왔다. 2000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 후 2011년까지 국내에서 7시즌 공연하면서 문화적 충격과 감동으로 관객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렌트’는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뮤지컬 팬덤 문화’를 일으킨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최정원, 남경주, 조승우, 전수경, 윤공주 등 당대 최고 스타는 물론, 김선영, 정선아, 김호영, 송용진, 최재림, 이건명 등의 신예 스타를 대거 발굴하면서 ‘스타 등용문’으로 여겨졌다.

‘렌트’가 젊은 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은 사회적으로 터부시됐던 동성애, 에이즈, 마약 중독 등의 소재를 무대 위에 과감하게 펼쳐냈다는 점에서다. 지금까지도 ‘렌트’ 앞에는 파격, 충격, 저항이라는 수식어들이 따라붙는다. 지극히 어두운 소재에다 낙관적인 시각을 투영해 희망을 얘기한 것이 젊은 층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은 배경으로 꼽힌다. 강렬한 록과 R&B, 탱고,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2시간 40분 동안 쉴새 없이 흐르면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렌트’만의 매력 포인트다.

하지만 ‘렌트’의 과거 성공 요인이 지금도 통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에이즈, 동성애 등의 소재가 과거처럼 관객들에게 파격적으로 다가서지 않아서다. 공연계 관계자는 “렌트는 20세기 세기말의 어두운 분위기, 저항 정신 등과 맞물려 젊은 관객들에게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던 작품”이라면서도 “하지만 최근에는 자극적· 파격적인 영화, 드라마 등이 넘쳐나다 보니 렌트가 관객들에게 주는 문화적 충격, 감동이 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계의 다른 관계자는 “에이즈, 동성애라는 소재가 요즘 관객들에게는 되레 낡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제작사인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현재진행형이고, 젊은이들의 치열한 삶이 계속되는 한 시대가 바뀌어도 ‘렌트’의 가치는 변함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언제나, 이보다 더 시대적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즌은 로저 역에 오종혁 장지후, 마크 역에 정원영 배두훈, 미미 역에 아이비 김수하, 엔젤 역에 김호영 김지휘, 콜린 역에 최재림, 유효진, 모린 역에 전나영 민경아, 조앤 역에 정다희, 베니 역에 임정모가 출연한다. 오는 8월 23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관람료는 6만~14만원.

지난 1일 열린 뮤지컬 ‘렌트’ 쇼케이스에서 최재림(콜린)과 김지휘(엔젤)가 공연하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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