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채권추심원 정보, 가이드라인에 적법한 ‘광고’냐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용정보협회는 6월 중순 회원사인 채권추심회사에 공문을 보내 채권추심원들의 ‘내돈을 돌리도’ 탈퇴를 요구했다. ‘내돈을 돌리도’를 운영하는 한국채권데이타는 특정 사업자와의 거래를 강제로 중단시키는 것이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을 토대로 신용정보협회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상황이다.
양측이 다투는 핵심 쟁점은 ‘내돈을 돌리도’ 내 채권추심원의 활동이 회사의 영업활동인지, 개인의 개별 활동인지에 대한 구분이다. 신용정보이용 보호법에 따르면 채권추심원은 채권추심회사에 소속돼 업무를 해야 하는데 ‘내돈을 돌리도’에 등록된 채권추심원은 채권추심회사 소속이긴 하나 플랫폼을 통해 맺어진 계약을 회사 영업활동으로 볼 것인지, 채권추심원의 개인 활동으로 볼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게 신용정보협회의 설명이다.
또 하나는 채권추심원의 광고 활동이다. 금융감독원의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채권추심원은 광고 명의·연락처에 개인 연락처를 사용해서는 안되고 채권추심회사 명의·연락처를 사용하도록 돼 있는데 ‘내돈을 돌리도’내 채권추심원은 개인 연락처를 사용한다는 지적이다. 채권추심회사의 광고를 신용정보협회가 자율심의하도록 7월말 신용정보 이용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신용정보협회는 관련 규정을 만들고 있다.
‘내돈을 돌리도’는 작년 10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돼 30여명의 채권추심원이 가입했는데 신용정보협회와 갈등이 시작되면서 개점휴업 상태다. 현재는 채권추심원의 개인 연락처 등도 기재하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위도 일단 금감원의 유권해석을 받아보고 판단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로톡은 ‘잃어버린 3년’, 삼쩜삼은 ‘코스닥 상장 실패’
이러한 갈등 사태는 법률 상담을 중개하는 ‘로톡(로앤컴퍼니)’과 대한변호사협회간 갈등, ‘세무신고·환급 서비스 삼쩜삼(자비스앤빌런즈)’과 한국세무사회간 갈등을 연상케 한다.
신사업을 영위하려는 플랫폼 업체들은 신·구 산업간 갈등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작년초 희망퇴직으로 직원 절반을 내보내는 등 변협과의 갈등으로 ‘잃어버린 3년’을 보냈다. 로톡 가입 변호사 수는 2021년 3월 4000명 가까이를 기록했으나 변협과 갈등이 고조되자 그 해 9월 1700명으로 급감했다. 올 3월 회복됐지만 그 수는 2700명에 그친다.
삼쩜삼의 경우 세무사회와의 갈등에도 고객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올 3월 코스닥 상장에는 실패했다. 삼쩜삼은 상장 심사 과정에서 서울세무사회에 소속된 한 교수가 상장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를 상장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다. 상장 과정에서 국세청의 ‘환급금 찾아주기’ 등으로 삼쩜삼의 계속 사업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삼쩜삼은 2020년 5월 서비스 개시 이후 매출액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액 777억원을 기록, 작년 전체 매출액(507억원)을 넘어섰다.
앞으로도 신·구 산업간 갈등이 지속될 수 있는데 이를 풀어가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은 “미국에선 테슬라가 사람을 죽여도 자율주행차를 팔지 못하도록 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신산업이 나올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갈등이 생기면 일단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로 사업을 영위하게 하고 그 안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가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