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은영 소비자생활부장]‘총알 오징어’, ‘한입 문어’, ‘풀치’….
특별한 어종이 아니라 오징어와 문어, 갈치 새끼를 일컫는 말이다. 어린 붉은대게를 달리 부르는 ‘연지홍게’, 새끼 청어를 뜻하는 ‘솔치’, 기름가자미 새끼 ‘물가자미’, 민어의 미성숙 어종 ‘통치’도 있다.
| 각종 온라인몰에서 ‘총알 오징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새끼 오징어.(사진=위메프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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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가 ‘금(金)징어’가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정적인 요인으로는 ‘남획’이 꼽힌다. 오징어는 외투장(다리를 제외한 몸통 길이)이 19~20cm로 자라야 생식이 가능한 성숙 체장으로 치는데,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오징어까지 잡아팔기 시작한 게 발단이었다. 현행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살오징어 금지체장은 15cm로 규정돼 있다. 덜 잡히다 보니 작은 것까지 잡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어획 체장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덜 잡히니 가격은 올라갔다. 지금은 마트에서 오징어 한 마리를 사려면 5000원은 족히 줘야 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뿌린 대로 거뒀다.
본지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치어 유통 실태를 연달아 보도했다. 바다 씨가 말라가는 상황을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어서였다.
해당 기사에 독자들이 주로 보인 반응은 “총알 오징어가 새끼 오징어였어요?”였다. 총알 오징어, 연지홍게, 솔치 등 종이 따로 있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치어 어획과 유통을 금지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나부터 소비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뒤따랐다.
바르게 인식하니 세상이 달라졌다.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SSG닷컴, G마켓, 옥션, GS리테일, NS홈쇼핑 등 무수히 많은 유통사가 총알 오징어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해양수산부도 동참했다. 해수부는 어린 물고기 유통 방지대책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미비로 어린 오징어 유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데일리 보도와 관련해 제도 개선과 처벌수위 강화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수협, 농협 등 정부 산하기관이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어린 오징어가 판매되는 실태와 관련해서도 “전 부처, 농·수협 등 수산물 상생할인 지원대상, 기타 수산물 판매업계 및 전국 도매시장, 산지위판장 등의 협력을 이끌어내겠다”고 전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어부들은 “잡다 보니 잡혔다”고 항변했다. 유통사는 “소비자가 원하고 불법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이를 내다 팔았다. 그 과정에서 어린 생선이라는 거부감을 지우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 일부 유통사는 새끼 홍게를 연지홍게라는 이름으로 팔며 ‘작지만 껍질이 얇고 살이 부드러우며 달고 맛있다’는 잔인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총알 오징어 맛있게 요리하는 법’이라는 게시물을 판촉용으로 홈페이지에 게시한 유통사도 있다. 이렇게 잡히고 유통된 새끼 생선을 소비자는 ‘모르고’ 먹었다.
그런데 이제는 ‘안 먹겠다’고 하고, ‘안 팔겠다’고 한다. 팔리지 않을 생선을 어부들이 애써 잡을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이름 하나 바꿨을 뿐인데, 아니 ‘새끼는 새끼’라고 바로 불러야한다고 주장했을 뿐인데 참으로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을 올바르고 따뜻하게 바꾸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총알 오징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