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의 문화재 읽기]조선 유물은 어떻게 타향살이 신세 됐을까

韓 유물 판매 중심 日 '야마나카 상회'
전세계 판매망 구축해 서구로 팔아넘겨
정확한 문화재 반출량·향방 파악 안돼
  • 등록 2020-12-07 오전 6:00:00

    수정 2020-12-07 오전 6:00:00

1934년 야마나카 상회가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지나조선고미술전관’에서 전시된 한국 도자기류(사진=주홍규의 논문 ‘야마나카 상회와 일본으로 유출된 한국문화재’ 중).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19~20세기 조선후기 궁중에서는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도를 주제로 한 ‘해학반도도’가 유행해 여러점 그려졌다. 학과 바다, 3000년마다 한번씩 열매를 맺는다는 복숭아 나무를 더해 영원한 삶에 대한 염원을 그림에 담았다.

특히 일부 ‘해학반도도’는 조선 회화에서는 이례적으로 순금으로 제작됐다.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4일부터 순금으로 제작된 희귀 병풍 ‘해학반도도’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반에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미술관이 소장한 해당 작품은 국내에서 1년 4개월 간 복원작업을 마치고 다시 소장처로 돌아가기 전 모습이 공개됐다.

순금으로 제작한 병풍은 과거 일본 고유의 회화 방식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지난 2005년 미국 하와이의 호놀룰루 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가 발견되면서 조선에서도 금박 병풍을 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미국에 현지 조사를 간 전문가들도 “조선 유물이 맞을까”라고 반신반의하다 작품에 있는 조선식 표기를 발견하고 나서야 확신을 했다고 한다. 이번 데이턴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는 호놀룰루 미술관 소장 유물에 이은 두번째 금박 병풍이다.

그렇다면 궁중에서도 몇점 제작되지 않았던 이 같은 희귀 작품들은 어떻게 태평양을 넘어 미국으로까지 가게 된 걸까. 이번에 공개되는 데이턴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는 1920년대 미국인 찰스 굿리치가 서재를 꾸미기 위해 구매한 것으로 그의 사후 데이턴미술관에 기증됐다. 굿리치가 그림을 구매한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호놀룰루 미술관 소장 작품은 1927년 애나 라이스 쿡이 야마나카 상회(山中商會)라는 일본 고미술상을 통해 구매했다.

데이턴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사진=문화재청).
‘해학반도도’처럼 한국 문화재 상당수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혼란기 때 일본의 지도계층과 상인들에 의해 전방위적으로 반출됐다. 2020년 4월 기준 해외에 나가 있는 국내 문화재 수 19만 3136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 중심에는 일본 고미술상 야마나카 상회가 있었다. 야마나카 상회는 야마나카 테이지로가 오사카에서 이끈 고미술상이다. 상회는 19세기 말 미국 뉴욕과 보스턴에 진출하면서 호평을 얻게 된다.

야마나카 상회의 판매 방식은 전시하기에 앞서 품목 하나하나 사진과 해설을 곁들인 도록을 고객들에게 보내고, 전시 당일에는 각각의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는 서구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요즘 미술시장에서 활용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장사 수완으로 야마나카 상회는 서구의 부자들에게 수많은 동아시아 골동품을 팔아넘겼다.

때마침 영국,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는 정부와 기관 단체뿐만 아니라 부호들까지 박물관 사업에 뛰어들었고, 박물관들은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세계 각 지역의 유물을 여러점 구입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야마나카 상회는 20세기 전반 런던, 파리 등에 전 세계적인 판매망을 구축하고, 서구사회에 아시아 미술품을 판매했다.

야마나카 상회는 서구의 미술 시장으로 아시아의 유물을 판매할 경로가 형성되자 한반도에도 눈길을 돌렸다. 상회는 당대의 한국 문화재에 깊게 관여하고 있던 학자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문화재의 매매와 유출을 본격화했다.

실제 야마나카 상회가 제작한 도록에는 한국의 도자기류부터 석탑, 망주석까지 다양한 유물이 소개돼 있다. 아마나카 상회는 조선인들과 합세해 유물을 도굴하기도 했는데, 일례로 문명상회 이희섭이 도굴꾼을 통해 일본으로 유출한 유물은 1만 4000여 점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주홍규 중원대 교수는 ‘야마나카 상회와 일본으로 유출된 한국문화재’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밝히며 “당시 상회가 유출한 한국 문화재의 정확한 양과 향방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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