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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전격적인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대북 제재가 한번에 완화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북 제재의 틀 내에서 낮은 단계의 교류협력부터 재개하는 것이 가능한 시나리오다. 지금의 남북 간 대화 모멘텀을 조성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된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대표단 참여와 같은 체육문화 교류가 대표적이다. 남북은 이미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계기로 오는 8월 2018 아시안게임에 남북선수단 공동입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같은 차원에서 인도적 지원도 대북제재 국면과 관계없이 곧바로 재개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아동·임산부를 대상으로 영양강화 식품과 의약품 등을 제공하기 위해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달러 규모의 공여를 결정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당시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북한 정권에 대한 제재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지원은 분리 대처해 나간다는 것이 국제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인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이 이뤄진 것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로, 대북 압박 공조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을 고려해 지원시기를 확정하지는 않았다. 이 같은 지원은 대북 제재 여부와 관계없이 남북 관계 진전에 따라 즉시 집행될 수 있다. 아울러 자연재해 공동예방 사업, 산림녹화 사업, 보건의료 사업, 남북경협에 대비해 우리 측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조치 등은 기존의 제재 틀 내에서도 곧바로 재개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후 비핵화 조치가 진전되면서 대북제재가 완화되는 정도에 따라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산업 재개,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다자간 경제협력 사업도 가능하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 대북제재 조치가 모두 해제되면 남북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