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친(親)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으로 홍해 바닷길이 위협을 받는 가운데 이란이 11일(현지시간) 걸프 해역과 이어진 오만만에서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곳은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이 호르무즈 해협이 있는 곳이다. 중동 긴장감 고조에 수요 둔화 우려에 내림세를 지속했던 국제유가는 다시 반등했다.
| 지난해 11월 20일(현지시간) 공개된 사진으로 예멘 후티 반군의 헬기가 홍해 지역에서 자동차운반선인 갤럭시 리더호에 접근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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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이란 해군은 이날 오전 오만만 해역에서 법원 명령에 따라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 이 유조선은 이란의 석유를 미국으로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인트 니콜라스호’는 튀르키예 정유업체 알리아가로 운송할 석유를 싣기 위해 이라크 바스라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었고, 이후 방향을 바꿔 이란의 반다르 에 자스크로 향하던 길에 나포됐다.
앞서 영국 해사무역기구도 이날 오만만 인근 해역에서 군복 차림의 남성들이 유조선에 무단 승선하는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유조선이 나포된 미국 유조선과 동일한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은 부인하고 있지만, 후티가 사실상 이란의 지원 속에 홍해에서의 군사 행동을 감행하는 만큼 이란이 글로벌 교역의 통로인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위협을 동시에 가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란은 하마스를 도와 대 이스라엘 공격에 나선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을 지원해왔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비롯해 헤즈볼라 지휘관 폭사, 시리아 친이란 시설 폭격 등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 소통조정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을 향해 “선박을 나포할 어떠한 정당한 사유도 없다”며 “당장 석방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위협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도 다시 반등했다. 이날 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65센트(0.91%) 상승한 배럴당 72.0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걸프 해역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해상 진출로다.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이곳을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