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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심리로 진행 중인 신 회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은 지난 4일까지 두 차례 공판기일 등 총 다섯 번의 재판이 진행됐다. 다섯 차례 재판에서 확인된 신 회장 측 변론 전략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면세점 특허 문제를 시급한 현안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다음으론 안종범 전 경제수석비서관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1심이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주된 근거를 탄핵하겠다는 것이다. 1심은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상실 후 롯데가 특허 재취득을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독대 당시까지 총력을 기울인 정황을 보여주는 롯데 내부 문건을 현안 존재의 근거로 봤다. 아울러 롯데 내부 문건에서 재취득을 위한 주요 로비 대상으로 안 전 수석 등을 지목했고, 실제 독대 사흘 전 신 회장이 안 전 수석과 만났던 점도 유죄 판단의 증거가 됐다. 여기에 더해 안 전 수석이 신 회장과의 면담에서 면세점 특허 얘기를 듣고 이를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증언한 것도 핵심 증거로 판단했다.
안종범 진술이 핵심 증거…변호인단 “처벌 피하려 거짓말”
신 회장 측은 일단 롯데 내부 직원들과 면세점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관세청 공무원들을 증인으로 불러 독대 이전 롯데의 추가 면세점 특허 취득이 유력했던 점을 입증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 내부에서 면세점 현안에 대해 ‘9부능선을 넘었다’고 인식했던 만큼 신 회장이 독대에서 굳이 면세점 현안을 언급할 이유가 없었다는 논리이다. 실제 지난 4일 증인으로 나온 호텔롯데 면세점사업부 신규사업본부장 박모씨는 “2015년 11월부터 기재부·관세청 공무원들로부터 면세점 특허수 확대에 대한 긍정적 이야기를 들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신규 특허수 확대를 곧바로 롯데의 면세점 특허 재취득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가 비록 국내에서 압도적인 면세점 1위 사업자이긴 하지만 면세점 특허는 다방면의 심사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당시 경영권 분쟁 중이었던 롯데로선 특허 재취득을 확신할 수 없다는 반론이다.
이날 재판에서도 검찰과 재판부 모두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더욱이 당시 공무원들도 롯데에게 그 같은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롯데로선 남은 증거조사 기간에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입증이 필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11일 재판엔 이와 관련해 롯데 측이 신청한 임병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부사장)과 신좌섭 전 SK워커힐면세점 상무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하지만 신 회장은 “경제수석이 면세점 특허에 관여하는 사실을 몰랐다”며 “안 전 수석에게 면세점 관련 얘기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안 전 수석과의 면담에서 경영권 분쟁, 평창동계올림픽,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해서만 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 변호인단도 “안 전 수석이 진술을 바꾼 날은 신 회장의 피의자신문조서를 받기 하루 전으로, 그는 진술을 바꾸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기소에서 혼자만 빠졌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신 회장 측은 안 전 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겠다 입장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청와대 내부 문건 등을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이 면세점 특허 이슈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도 인정했다.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암묵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걸 입증하는 주된 근거로서 묵시적 청탁의 근거였다. 변호인단으로선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관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된 것이다.
독대 후 K재단 지원 서두른 이유도 설명해야…1심 “朴 요구때문” 판단
신 회장은 이에 대해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스포츠산업 전반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라며 “이를 이인원 부회장에게 그대로 전달한 게 전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신 회장 측으로선 안 전 수석의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반론 외에도, 롯데 내부에서 급박하게 K스포츠재단 지원이 이뤄지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다음달부터 심리가 본격화되는 경영비리 혐의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은 전부 무죄 주장을 펴고 있지만 1차적으로는 신 회장 석방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변호인단으로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요구형 뇌물’이라는 점이 인정돼 집행유예로 풀려난 점을 마지노선으로 정했을 것”이라며 “삼성 변호인단의 변론 전략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신 회장은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다른 총수일가와 함께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경영비리 재판 도중이던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추가 기소돼 별도 재판에서 지난 2월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신 회장 측의 요청으로 항소심에서 두 사건은 병합된 상태다. 재판부는 다음달 초까지 뇌물공여 사건, 7월말까지 경영비리 사건에 대한 심리를 진행한 후 8월 중순 결심공판을 거쳐 신 회장 구속기간 만기 전인 9월말이나 10월초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신 회장에 대한 구속기간 만료일은 10월12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