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긴급진단]청정국 욕심에 항체형성률 숫자놀이한 정부

  • 등록 2017-02-11 오전 7:07:08

    수정 2017-02-11 오후 12:17:53

충북 보은에서 올해 첫 구제역이 발생한 6일 오전 광주 북구 용전동에서 북구청 방역담당 직원들이 구제역 예방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소 농가의 항체 형성률 평균이 97.5%라고 발표했다. 작년 한 해 연간 항체 형성률도 95.6%이라고 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백신 접종을 하는 국가의 유병률(질병의 발병 건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 기준을 80%로 잡고 있다. 80%가 넘으면 구제역을 백신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는 엉터리였다. 지난 5일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 젖소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20%에 못 미쳤고, 이튿날 구제역이 신고된 전북 정읍 한우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5%에 그쳤다.

이같은 괴리는 허술한 집계 방식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매년 백신 접종 실태 및 항체 형성률을 조사하기 위해 표본조사를 한다. 소의 경우 OIE 기준에 따라 전체 사육농가 수(9만6000농가) 대비 10%에 해당하는 9500마리를 전국 시·도 단위별로 동일하게 나눠 표본을 선정하게 돼 있다.

표본 대상 물량이 선정되면 각 지자체에서는 농가 1곳당 소 1마리의 항체 형성 여부를 검사한다. 이 1마리가 정상적으로 항체가 형성돼 있으면 해당 농가는 문제가 없다고 여겨져 검사가 끝난다. 검사 자체가 허술하게 이뤄진 셈이다.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 젖소농장 역시 사육마릿수가 195마리로 규모가 컸지만 단 한 번도 표본 농가로 선정된 적이 없었다. 전북 정읍 한우농장은 지난 2015년에 소 1마리만 항체 검사를 받은 게 전부였다.

이런 표본 검사 방식으로 하다보니 방역 당국은 국내에서 사육되는 전체 소 314만 마리 가운데 0.3% 정도만 검사하고선 전국 평균을 내놓은 셈이다.

이런 사정을 알고 보면 방역 당국이 발표한 소 농가의 항체 형성률 97.5%는 애초에 믿을 수 없는 ‘숫자놀음’이 된다.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이같은 문제점을 알고도 OIE에 항체 형성률을 보고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얻기 위해 욕심을 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뒤늦게 검사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7일 현행 농장별 1두(농장 또는 도축장 혈청예찰 중 선택)를 대상으로 하는 검사를 앞으로 농장별 6두(농장 5두, 도축장 1두 혈청예찰)로 늘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육두수, 성별, 연령 등 농장의 무작위표본 추출의 적정성을 확보하는 등 관리시스템도 개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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