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서 명품가방 사면 호갱?"..백화점 보다 비싸 '高환율에 역행'

면세점-백화점 가격 역전 현상 가속
시중가보다 불과 5~6만원 저렴한 ‘명품백’도
웬만한 명품가방 면세한도 훌쩍..세금 내고 나면 오히려 손해
외국인에게도 가격 경쟁력 떨어져..원인은 '환율'
  • 등록 2015-10-27 오전 8:12:19

    수정 2015-10-28 오전 10:14:33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 경기도 부천시 원미동에 사는 함지숙(36) 씨는 이달 초 외국 출장길에 할리우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착용해 유명해진 명품 가방을 사려고 공항 면세점에 들렸다가 화들짝 놀랐다. 백화점에서 234만원 하던 가방의 면세 가격은 놀랍게도 1930달러(당시 환율로 230만원). 불과 4만원 저렴했다. 돌아올 때 면세 한도 초과로 내야하는 세금을 더하면 오히려 40만 원가량을 더 내야 했다. ‘세금이 안 붙는 물건이 왜 더 비싸지?’ 함 씨는 의아해하며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면세점과 백화점의 가격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흔히 면세품은 국가에서 세금을 면제해주기 때문에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요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늘고 있어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고가의 명품을 중심으로 면세품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명품 매장. 사진 오른쪽 위부터 루이비통 ‘네버풀’, 구찌 ‘소호 더블 체인백’, 프라다 ‘두블레 백’, 샤넬 ‘클래식 플랩백’.
27일 이데일리가 루이비통, 샤넬, 프라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의 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국내 주요 면세점과 백화점의 판매가를 비교한 결과, 가격차가 생각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표본으로 삼은 10개 제품 모두 세금을 포함한 면세점 구입가(이하 10월23일 환율 기준)가 백화점에서 샀을 때보다 최소 20만원에서 많게는 62만원가량 비쌌다.

루이비통 ‘네버풀MM’은 세전 면세점 가격이 백화점 판매가보다 6만원 저렴해 격차가 가장 적었다. 백화점에서 538만원, 면세점에서 4370달러(493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샤넬 ‘클래식 플랩백’의 가격차는 비교적 컸으나 개별소비세 적용 대상 품목(463만원 초과)으로 분류돼 107만원 상당의 세금이 붙어 역시 백화점에서 구입할 때보다 62만원가량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 큰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혜택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데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백화점 등 일반 매장에서 물건을 사면 추후 공항에서 부가가치세(물품구입가의 5~8%)를 환급해주는데 루이비통 등 일부 고가 가방은 이를 활용해 백화점에서 사는 것이 면세점을 이용하는 것보다 4만원 가량 저렴했다.

면세점은 최근 국내 관광시장 활성화의 한 축으로 평가받으며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더욱이 명품 잡화는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주요 쇼핑품목 중 하나다. 국가에서 세금을 면제해주는 이유는 관광활성화에 기여하라는 목적이 큰데 이러한 상황이라면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기본적으로 가격은 면세점이 싸지만 일부 고가의 수입품에서 환율 상승으로 인해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텍스 리펀드 라운지.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 사후 공항에서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준다.
백화점은 입점 업체들의 판매 수수료로 운영되지만 면세점은 판매할 물건을 공급자가 제시하는 가격에 들여와 이윤을 붙여 파는 구조로 한 단계 더 유통사를 거치는 것도 세금을 면제해주는 만큼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 면세점은 달러화를 기준으로 상품 가격을 매기는데 반해 백화점은 원화로 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차이다. 해외 명품의 경우 백화점과 면세점의 공급 채널도 다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업체들과 물품 공급 계약을 두 시즌 전에 하는데 달러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그 사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그만큼 로컬 매장과 가격 차이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며 “일부 제품은 세금 환급을 받으면 가격 역전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말 업체들과 협의해 공급가를 5% 정도 낮추기도 했다. 그래도 해소되지 못한 부분은 추후 다시 협의를 진행해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프라다 매장에서 내외국인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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