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원 ‘블루 다이아몬드’(사진=필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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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스무여마리쯤 되려나. 더 될 수도 있다. 안쪽 깊이 숨어 있기라도 한다면. 찍어낸 듯 똑같이 생긴 녀석들을 빠짐 없이 세는 것도 쉽지 않다. 나란히 줄 맞춰 세우고 첩첩이 겹쳐내고. 작가 김경원의 신축년은 ‘행군에 나선 얼룩소들’이 열어젖히는가 보다.
사실 작가의 작업대상은 소뿐만이 아니다. 빨간 벼슬을 머리에 올린 하얀 닭도 자주 등장한다. 핵심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란 얘기다. 바로 ‘반복’이다. 소·닭 등을 소재로 별·하트·네모·원 등 익숙한 도형을 꾸며내는데, 그 방식이 대상을 반복적으로 나열해 압축하는 것이란 뜻이다. ‘블루 다이아몬드’(Blue Diamond·2020) 역시 그중 한 점. 소를 줄지워 특별한 도형을 만들게 했다. 마치 매스게임을 하듯이.
재미와 익살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알면 편치만은 않다. 동물의 사육공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니 말이다. 공장식 축산시스템을 에둘러 은유하고 고발했다고 할까. “존재하지만 존재감 없이 키워지는 현실에서 주체성 있는 개체로의 환원”을 의도했다고 했다.
19일까지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길 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같고, 비슷하고, 다르고’(Same, Similar, Different)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24×33㎝. 작가 소장. 필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