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의 사람이야기]일자리상황판 옆 국가생산성 현황판을…

생산성 향상 없는 노동정책, 고용과 경제에 부정적
  • 등록 2018-06-07 오전 6:30:00

    수정 2018-06-07 오전 6:30:00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강원대 초빙교수] 얼마 전 일본에 다녀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외국인이 굉장히 많아 새삼 놀라웠다. 최근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해 2017년에는 2869만 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관광객 수 1334만 명의 두 배가 넘는 숫자다. 2011년에는 관광객 수가 한국이 979만 명, 일본이 622만 명이었다. 이들이 일본에서 쓴 소비액은 4조 4161억엔(약 42조 3000억원)으로 관광 초호황 시대를 맞이했다. 가뜩이나 일자리 풍년인데 관광 사업에서 생기는 일자리가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니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고용 대란 韓vs고용 천국 日

일본은 지금 일자리 천국이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가 약 1.6개에 달하다보니 취업자 모셔가기 전쟁이 치열하다. 일본의 실업률은 2012년 4.33%에서 올해 3월 2.5%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2월부터 ‘완전고용 상태’라는 2%대의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대졸자 취업내정비율이 98%에 달하는데 이후 신규채용시장 역시 파란불이다. 대부분의 OECD 회원국이 경제호조 등으로 개선된 실업률을 내놓고 있다. 17년 만에 최악의 실업률을 갱신한 우리나라와는 현저히 대조된다.

일본의 부활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012년 아베 집권 이후 양적·질적 완화, 대대적 재정정책, 민간투자 유발로 대표되는 ‘3가지 화살’ 정책으로 성장을 꾀했다. 아직 아베노믹스의 성패를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반전됐다. 엔화가치를 낮추어 세계시장에서 자국기업의 경쟁력을 높였고 외국의 투자를 확보했다. 또 법인세율을 낮춰 민간 투자를 유도해 제조업 영업이익은 50%이상 증가 했으며 서비스업 일자리는 늘어났다.

일본 기업의 순익과 성장은 놀라울만큼 빠르게 개선되었다. 일본의 경기 회복이나 일자리 호황은 결국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서 온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책에는 이 부분이 빠진 것 같다. 성장 없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52시간 근로시간제 도입 등으로 대변되는 일자리 정책은 아직까지는 최악의 실업률과 고용지표 악화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유례없이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률 등이 기업 부담을 가중시켜 애초의 의도와 다르게 고용시장을 경직시키고, 되레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를 없애는 악수가 된 것은 아닐까? 또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볼 것인지, 보호해야 할 부분은 ‘안정성’인지 ‘임금’인지, 시장과 근로자가 원하는 다양한 근로형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그 중에도 공공 일자리의 확대는 결국 사회 전체의 부담인데 이를 감수하고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국가 전체에 이득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최근 우리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보면 정부 예산을 민간경제에 직접 투입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제도개선, 규제개혁, 투자유발 보다는 단기적 임금지원, 창업공간 지원, 초기 자본금 지원 등 직접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런 경우 일시적으로 고용지표가 개선될 순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좋은 일자리의 확대를 넘어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점은 미지수이다.

◇문제는 세계 경쟁력..중소기업의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최근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은 마이너 기획사 소속이다. 기업으로 치면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전 세계에 마케팅을 했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자 음악과 퍼포먼스 등 질로 승부했다. 즉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이들의 가성비는 어떨까? 이들의 생산성은 어떨까? 이들은 하루 8시간 일했을까? 주 52시간 연습 했을까? 얼마나 열심히 했고, 어떤 열정을 갖고 있었을까? 이제 이들의 보수는 얼마나 올라갈까?

지난해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근로자 1인당 평균근로시간은 2위(2069시간, 2016년)인데 노동생산성은 17위(34.3달러, 22개국)에 머물렀다. 재미있는 것은 2010~2017년 노동생산성의 증가율은 -0.35%인데 임금 증가율은 3.69%로 생산성 증가율을 크게 상회했다는 사실이다. 근로시간을 줄이려면 생산성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질’에 해당하는 효율성과 스피드, 부가가치를 빼놓고 ‘양’에 해당하는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만 요구하는 것은 거꾸로 노동시장 계층화를 조장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OECD의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생산성 향상 없는 최저임금인상은 고용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경고가 적혀 있다.

전 국가적으로 대대적인 생산성 향상 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일에 대한 열정인 근로의식을 높이고 일의 성과를 결정하는 시간 관리와 성과를 세계적인 경쟁국의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 국가의 성장은 국민의 미래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는다.

비익조(比翼鳥)를 떠올리자. 부침개도 양면이 익어야 맛있다. 한쪽만 부치면 타거나 선다. 4차산업혁명에서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로 이야기하지만 관건은 결국 생산성과 비용에 대한 경쟁성이다. AI나 로봇보다도 생산성이 높다면 그 일자리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기본을 교육하고 체계적 변화를 도모하면 당장 1~2년은 괴롭더라도 5~10년 후의 성과는 더 높아질 것이다.

정책도 익을수록 복리 같은 현상을 나타내게 된다. 일자리정책에서도 단기적인 정책만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가 답보하는 이유는 어느 한 쪽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좋은 직장으로 만들지 않고서는 중소기업에 정규직으로 고용 하라고 해도 부담능력 때문에 고용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이익률을 높이라고 해도 회사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수익이 확보되지 않는다.

즉, 단순한 임금 지원으로 될 것이 아니다. 5년, 10년 후에도 효과 있는 정책을, 양에서 질을 같이 높이는 정책을, 정부와 민간경제가 같이 협력하는 정책을, 노동과 경영을 같이 좋게 해주는 정책을, 국내가 아닌 세계와의 경쟁력을 우선하는 정책을, 제로섬이 아닌 국가 전체의 이익이 향상되는 방향의 정책을 펴길 기대한다.

우리 아이들의 일자리 문제는 20년을 내다보고 차근차근 준비해가야 한다. 일자리상황판 옆에 국가생산성 추진현황판을 설치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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