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의 지난 3월 평균 가동률은 70.3%로 70% 선을 간신히 지켰다. 공장 중 30%가량이 놀고 있는 셈이다. 올해 1분기 제조업 신설법인 수는 4712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390개) 줄었다. 반면 서울시 통계 결과 3월 한 달 간 297개 신설법인이 생겨났는데 이중 21.6%는 IT융합 창업이었다. 이제라도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신산업·신기술 기반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경제 구조를 바꾸는 근본적인 이슈이지만 너무 서두른다. 정부가 이해 관계자 분석도 안 한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혁신성장의 핵심인 창업만 해도 대학생에 집중되다 보니 완제품 중심의 창업만 눈에 띈다”며 “기존 제조업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 중간 단계인 부품이나 소프트웨어가 중요한데 이를 통합조정할 정부 조직이 없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을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로 분산시키면서도 정작 청와대 안에는 혁신성장 정책을 전담할 기구(미래전략수석)를 없애버렸다. 그저 과학기술보좌관, 산업정책비서관에서 나눠 맡을 뿐이다. 정부 관계자는 “IT관련 정책을 어디에 보고할지 헷갈리는 일도 있다. 실 정도는 아니어도 IT를 전담해 청와대 안에서 혁신성장 목소리를 낼 비서관 정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혁신성장 전문가가 없다는 점은 암호화폐 논란을 키우고 카풀앱 같은 온·오프라인(O2O)연계 서비스의 규제 개선에 걸림돌이 됐다. ‘칼잡이’ 법무부가 암호화폐 대책을 주도하며 역기능 방지에만 관심을 둔 탓에 암호화폐의 순기능을 촉진할 대책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다.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나섰지만 카풀앱이나 빅데이터 규제 개선도 더디다. 카풀앱 ‘럭시’에 50억을 투자한 현대자동차는 국내 규제가 개선될 조짐을 안 보이자 포기하고 동남아시아판 우버로 통하는 ‘그랩’에 투자했다. 국내 기업들은 일본에 주목한다. 일본은 개인정보보호나 블록체인 관련 제도가 앞서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 서비스를 일본에서 먼저 서비스하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