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평년보다 많은 입주 물량과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깡통전세’(집값이 전세보증금 아래로 떨어져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메울 수 없는 전셋집)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한동안 주춤했던 아파트 갭투자가 최근 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11·3 부동산 대책’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아파트값이 다시 매매·전세 동반 상승세를 회복하면서다. 갭투자는 매맷값과 전셋값 차이가 크지 않은 아파트 등을 전세 끼고 사서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 방법을 말한다. 매매·전셋값이 계속해 오르고 전세 수요가 풍부해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연소득에서 전체 대출금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 도입 등 더욱 까다로운 대출 규제가 시행되는 만큼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시장을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집값 상승에 꿈틀대는 ‘갭투자’
매맷값과 전셋값 격차가 계속해 줄어드는 가운데 최근 집값이 꿈틀대자 한동안 움츠러들었던 갭투자가 다시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서울에서는 성북구(83.6%)와 노원구(75.7%) 등 전세가율이 높은 강북 권역을 중심으로 갭투자 사례가 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창동 차량기지 이전과 재건축 사업 등 개발 호재로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갭투자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올해 초까지만도 1억원 선이던 투자금이 1억2000만원 수준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일대 단지 중 용적률이 낮아 갭투자 수요가 몰린다는 상계주공10단지의 시세는 전용면적 59㎡형 기준 매매가 3억3000~3억4000만원, 전셋값은 2억2000만~2억25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하반기 입주 물량 증가…투자 신중해야”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입주 물량이 늘어나고 새 정부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도 남아 있는 만큼 섣불리 갭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이 연초 전망했던 것보다 좋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올해는 하반기로 갈수록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올 7월부터 내년 2월까지 입주 물량이 집중돼 월 평균 입주 물량이 3만8899가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월 평균 입주 물량(2만4311가구)의 1.6배 수준이다. 입주 물량이 늘어 전셋값이 떨어지면 자칫 투자자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최근 다시 갭투자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일부 지역이 견인하는 상승세가 부동산 시장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 등 일부 지역이 상승세를 이끌면서 값이 오르고 있지만 거래량을 봤을 때는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587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1만7384건) 대비 9.5% 가량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