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일러 대표주자인 경동나비엔(009450)은 여름철 열을 이용해 제습과 냉방까지 가능하게 하는 ‘열제습 냉방기’ 개발에 들어가 최근 필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필드 테스트 기간이지만 품질 측면에서 여러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아 출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앞으로 경동나비엔이 지향하고자 하는 모델은 종합에너지 관리기업인만큼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시장 확산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름철 열을 통해 제습과 냉방을 함께 하는 만큼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스케이드 시스템도 경동나비엔이 확산하고자 하는 신사업이다. 캐스케이드는 소형의 콘덴싱 보일러나 온수기를 여러 대 병렬로 연결해 건물에 필요한 열을 자유자재로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존 사업용 건물에서 사용되던 중대형 보일러에 비해 20~40%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경동나비엔은 올초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주한미군 캠프 ‘케이시’ 부대에 캐스케이드 시스템용 보일러 500여대를 공급했고 최근 추가 발주도 받은 상태다. 회사 측은 추가 설치가 이어지면 총 1000대까지 공급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쟁사 귀뚜라미도 효율성을 높인 사업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 난방·온수 사용과 함께 전기까지 생산해 쓸 수 있도록 하는 ‘초소형 열병합발전기’ 사업이 대표적이다. 기존 가스보일러보다 발전효율은 약 25% 높고 난방효율도 55% 개선돼 시장성이 클 것으로 회사 측은 파악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최근 초소형 열병합발전기 기술개발을 마무리하고 내년께 제품 양산화를 준비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30만대 규모로 추산되는 온수기 시장에도 새로운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하이브리드 전기온수기’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온수기 내부에 팬을 장착해 뜨거운 열을 내보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난방시설이 없는 상업건물에 대거 공급이 가능하다.
|
업계 관계자는 “보일러업체들의 장기적인 해법은 결국 고효율 제품 개발밖에 없다”며 “일반 가스보일러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관련 수요를 융·복합제품으로 이동시키는 업체들의 세밀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보일러업체들이 개발 중인 일부 신제품들은 당장 일반 소비자들에게 확산되기엔 힘든 상황이다. 열제습 냉방기나 초소형 열병합발전기 같은 제품들은 현재 상용화되더라도 가격이 비싸 일반 가정에 직접 판매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에너지효율화·친환경 등을 키워드로 한 정부 지원금 확보를 통해 관련 인프라를 확산시켜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 관련 정부 부처에서도 최근 친환경 제품 개발·보급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어 업체들의 기대감도 높다. 업체들 자체적으로도 친환경·고효율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향후 정부 지원이 늘고 고효율 제품에 대한 세금 환급 등의 추가 혜택 가능성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업계 입장에선 선제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