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①되찾은 이름 '제일'로 살아난 1등 DNA

박종복 SC제일은행 행장
'한국 최고 국제적 로컬은행' 지향
SC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해 자산관리 명가 되겠다
  • 등록 2017-05-29 오전 6:00:00

    수정 2017-05-29 오전 6:00:00

박종복 SC제일은행 행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전국에서 소매와 기업영업을 다 하면서 글로벌 30대 은행에 속해있기도 한 한국 최고의 국제적 로컬은행.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SC제일은행이라는 이름에 다 녹아있죠”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본점에서 만난 박종복 SC제일은행 행장은 행명에 대한 설명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1등을 의미하는 ‘제일’이라는 이름은 1958년부터 사용해온, 전통과 역사를 담고 있는 상징적인 명칭이다. 여기에 스탠다드차타드(SC)라는 글로벌 금융그룹의 이름을 붙이니 이름만으로도 ‘한국 최고의 국제적 로컬은행’이란 뜻이 완성됐다.

◇사활 걸고 찾아온 ‘제일’…은행을 살렸다

사실 ‘제일’이라는 이름은 상당한 풍파를 겪었다. 제일은행은 옛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 중 하나로 한때 은행권 1등이었지만 과도한 기업여신으로 1997년 외환위기 때 주저앉았다. 1999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뉴브리지캐피탈에 매각됐다가 다시 2005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에 팔렸다.

2011년 12월 SC그룹이 은행명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바꾸면서 ‘제일’이라는 이름은 5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박 행장은 지난 2015년 1월 취임하자마자 ‘제일’을 되찾아오는데 사활을 걸었다. 소매영업을 살리고 직원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절체절명의 숙제라고 판단했다. 30년 이상을 ‘제일맨’으로 살아온 그에게도 ‘SC은행’과 ‘SC제일은행’은 하늘땅 차이였다.

그룹 이사회에서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설명하면서 설득에 나섰다. 토종 브랜드인 ‘제일’을 사용하게 해주면 흑자로 돌려놓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SC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SC라는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지만 박 행장의 끈질긴 요청에 못 이겨 한국에서만 예외를 인정했다. 결국 작년 4월 SC제일은행으로 행명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효과는 서서히 드러났다. 2015년 말 2.2%였던 브랜드 인지도는 이듬해 말 4.9%로 높아졌고 은행 이용률도 6.6%에서 10.7%로 올라갔다. 주거래 은행 이용비율도 1.8%에서 3.6%로 두 배 뛰었다.

박 행장은 “제일은행과 꾸준히 거래해왔던 고객들은 제일이라는 이름을 좋아한다”며 “SC은행으로 바뀐 후 떠났던 고객이 많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고객도 늘었지만 무엇보다 조직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큰 성과였다. 인력 구조조정과 지점 축소로 철수설이 계속 불거지면서 사기가 떨어지고 불안감이 팽배했는데, 행명을 바꾸면서 이같은 우려가 쏙 들어간 것이다.

박 행장은 “행명을 바꾸면 간판교체를 비롯해 메뉴코스트가 상당한데 비용 써가며 제일이라는 이름을 넣은 것만으로도 철수 의사가 없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라며 “이름을 되찾자 불안에 떨던 직원들도 바뀌었고 제일의 1등 DNA가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그룹 이사회에서 큰소리쳤던 대로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2015년 2858억원 적자였던 SC제일은행은 작년 2245억원 흑자로 전환했고, 올해 1분기에도 10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름 덕만은 아니었다. 박 행장의 결단력과 지략이 통한 결과이기도 했다. 취임하자마자 1000명 가까이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영업점도 줄였다. 최대 월급 60개월 어치를 위로금으로 주느라 5000억원의 비용을 들였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판단했다. 지금 시중은행이 앞다퉈 진행하는 몸집 줄이기와 채널 다변화를 이미 SC제일은행은 2~3년 앞서 실시한 것이다.

박 행장은 “전통적 개념의 채널은 사라지고 온라인, 모바일 등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는 포인트가 모두 채널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리테일이 어렵고 힘들었는데 어차피 은행이 정상적으로 가도 변화에 대응해야 하니 좀 일찍 시작하자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자산관리 동력 삼아 리테일 박차

박 행장은 궁극적으로 은행의 모습은 현재의 인터넷전문은행과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웬만한 은행거래는 비대면으로 하고 지점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금과 대출은 대부분의 은행이 비슷한 신뢰도와 플랫폼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금리에 따라 판가름날 텐데 금리수준도 은행 간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행장은 은행 간 차별화가 결국 자산관리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저출산 고령화에 은퇴연령은 빨라지는데 소득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자산관리가 상위 1%의 자산가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전 국민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며 “은행의 지점도 고객이 은행원을 만나 자산관리를 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관리에 있어서 SC제일은행은 분명히 강점이 있다고 박 행장은 강조한다. SC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행장은 “매년 고객을 초청해 웰스포럼(Wealth Forum)을 하는데 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이 영어로 발표한다”며 “처음에 고객들이 동시통역기를 끼고 듣는 것을 어색해하더니 전 세계에 대한 시각을 모두 제시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니까 이제는 먼저 웰스포럼 언제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은행의 수익구조는 이자수익이 90%에 달한다. SC제일은행은 올해부터 2021년까지 비이자수익 비중을 선진국 수준인 30~40%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원동력을 자산관리에서 찾을 계획이다.

박 행장은 “자산관리가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 조금 넘는데 25% 정도로 키울 생각”이라며 “이를 위해 자산관리 전문인력도 270명에서 상반기에 300명으로 늘렸고 하반기에 30명 더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행장은 새 정부에 대해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새 경제팀이 합리적인 진보와 개혁적인 보수가 잘 어우러지도록 구성됐다고 본다”며 “이전 정부에서 해오던 정책 중에서 좋은 부분은 계승하고 미진한 부분은 보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는 2차 산업인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3차 산업인 서비스산업은 꽃을 못 피웠고 4차 산업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게 박 행장의 판단이다. 그는 “과거 개발시대에는 금융이 제조업을 지원하는 보조기능에 그쳤지만 이제는 하나의 산업으로서 국가 경제의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며 “3차 산업을 건너뛸 게 아니라 인공지능(AI), 로봇 등 4차 산업을 금융산업과 융합해 미래지향적인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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