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요즘 어른'들을 위한 제언

  • 등록 2019-08-12 오전 6:00:00

    수정 2019-08-12 오전 6:00:00



[김영기 금융보안원장] 옛날 사람들은 밥상머리에서 어른들로부터 이런저런 잔소리(?)를 들으면서 자랐고 은연중에 도리라는 것을 배웠다. 간혹 어른들 말씀이 불합리하더라도 감히 말대꾸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가정교육 제대로 받았군.” 하던 것이 덕담이던 시절, 임금과 스승과 부모님을 동일시하던 군사부일체는 기성세대의 권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었다. 어른들도 무거운 말투와 적은 말 수를 통해 권위를 지켜왔다.

그런데 요즘 식탁의 풍경은 어떠한가. 집집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식구들은 각자 바쁘기 그지없다. 괜히 요즘 세태가 어떻고 하는 비판을 하는 순간 타박을 받기 일쑤다. “아빠 요즘 세상은 안 그래요.” 하면서 요즘 세대들의 생각을 읽지 못한다고 오히려 밥상머리에서 자식들로부터 코치를 받기도 한다.

아빠들도 한 때는 386세대로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견인한 주축이었다고 자부했으나 이제는 꼰대 세대로 퉁 치고 넘어가는 상황이 됐다. 언제부터인가 가족 간에도 대화의 단절을 느끼고 자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되기 시작했다. 세상은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밀레니얼 세대도 모자라 이젠 트렌드와 소비 시장의 주류로 등장하는 90년대 생의 이야기를 접하고는 크게 공감을 하게 됐다. 그래, 우리 애들의 생각이 이러했고 젊은 직원들의 마음이 그런 것이었구나 하고 슬슬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쩌랴. 퉁 쳐진 꼰대들에게 변치 않는 두 가지 법칙이 있다는데 이르면 낭패감이 든다. 중증 꼰대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꼰대 불변의 법칙’과 꼰대 밑에서 직장생활을 한 사람은 나중에 자신도 꼰대가 된다고 하는 ‘꼰대 재생산의 법칙’이 그것이다.

모든 게 급변하는 세상이다. 휘발성이 강한 세상이지만 과거 행적이 디지털 기록으로 남아 사라지지 않는 세상이기도 하다. SNS가 권력이 되고 권력의 중심이 기업에서 개인으로 이동한 세상을 살아가는 기성세대들도 할 말은 많다. 기성세대들도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싶고 대화를 통해 존경의 박수를 받고 싶다.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의사결정은 없다지만 서투른 것이 용서가 안 되는 세상이다 보면 의사결정을 주저할 수밖에 없고 살아오는 중에 한번씩 좌절을 경험하고 나면 자신감도 떨어진다.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할까. 어쩔 수 없이 신세대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 세상이 변한 만큼 나 혼자의 고집과 내가 옳다는 생각만으로는 이 세상을 더불어 살아갈 수가 없다. 90년대 생으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들은 단순함, 재미 그리고 정직함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들을 비판하기보다 나도 그 옛날에는 기성세대들에게 비판적이었던 적이 있었음을 되돌아보고 나부터 진심으로 다가가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모든 걸 이루어가던 기성세대와 달리 신세대는 취업난, 치열한 경쟁, 저성장 양극화로 꿈은 사라져가고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계단 앞에 놓여 있다. 기성세대는 책임감을 갖고 이러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신세대들이 원하는 인간적인 삶, 형식을 탈피하고자 하는 솔직함, 통제보다는 스스로 존재감을 확인하고 참여를 원하는 생각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면 이 또한 신세대들을 믿고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 알리바바의 회장 마윈도 젊은이들을 믿고 수평적 문화를 만들어 진정한 소통을 이뤄냈다고 한다. 그들의 단절되어가는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권위의 벽을 허물 때 소통은 이뤄질 것이리라.

자식은 아버지의 등을, 제자는 스승의 등을, 부하직원은 직장 상사의 등을 보고 닮아 간다고 했다. 우리는 누구에겐가 늘 등을 보이며 살고 있다. 등이 부끄럽지 않게 신세대들에게 성장의 동기를 부여하고 희미해져 가는 꿈을 다시 밝게 만들어야 할 책임이 기성세대들에게 있다. 공자는 “나이 마흔이 되어서도 타인으로부터 미움을 받는다면 그런 사람은 끝”(年四十而見惡焉 其終也已)이라고 했다. 미움받지 않을 용기는 기성세대들도 예외가 아니다. 신세대들을 믿고 그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공감할 수 있다면 세대를 관통하는 공존의 지혜도 함께 넘쳐나지 않을까.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홀인원' 했어요~
  • 우아한 배우들
  • 박살난 車
  • 화사, 팬 서비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