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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Q. “비트코인은 대체 무엇인가요? `암호화폐`라는 카테고리처럼 화폐라고들 하는데, 비트코인이 실제 화폐라고 보십니까?”
A. “아니요. 우리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보지 않구요, 일반적인 화폐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화폐라고 하면 가치교환이 가능해야 하는데, 물론 일부 그런 역할을 하고 있긴 해도 전체 금융결제시스템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합니다. 또 화폐라면 가치저장 기능이 있어야 하지만 가격이 급등락하는 것만 봐도 안정적으로 가치를 저장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트코인은 자산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그것도 매우 투기적인 자산 말이죠.”
지난해 12월 자신의 임기중 마지막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주재했던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트코인의 정체성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비단 미 연준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난달 중순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암호화폐에 대해 옐런 전 의장과 거의 유사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는 “기술적으로 보면 암호화폐가 우리에게 많은 이점을 갖게 하는 건 맞지만 화폐로는 볼 수 없습니다. 자산(asset)이나 상품(commodity)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서도 암호화폐가 (현 시점에서) 화폐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좀더 부연하면 이렇습니다. 법정화폐는 독점적 주조권을 가진 중앙정부나 중앙은행이 동전이나 지폐 형태로 찍어내면 그 즉시 액면에 쓰여있는 금액만큼 가치를 가집니다. 인플레이션에 따라 실질 구매력이 달라지긴 해도 화폐 가치 자체가 바뀌진 않습니다. 다만 다른 나라 통화와의 교환비율인 환율을 통해 상대적 가치는 매겨질 수 있는데요. 만약 1달러였던 원화 1000원의 가치가 10% 올라 0.99달러가 됐다고 해 봅시다. 또 앞으로 0.98달러, 0.97달러로 계속 원화값이 뛸 것으로 예상된다고 칩시다. 그렇다고 원화 투자가 크게 늘어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외환 트레이더 등 화폐를 투자상품으로 취급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원화 사용자들은 자산 대부분을 원화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암호화폐의 경우 가치가 뛸 경우 투자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에 시장참가자들 역시 암호화폐를 투자자산으로 여기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암호화폐가 화폐가 아닌 자산으로 인식되는 한 그 매매나 보유에 따른 이익을 세금으로 낼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영리 목적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자본이득이 생기면 세금이 부과되는데 마땅하며 이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실제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등이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물리고 있습니다. 차이라면 미국과 영국은 암호화폐를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과 유사하게 보고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반면 일본이나 독일은 복권당첨금 등과 같은 기타소득세를 매기고 있다는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우리 정부도 뒤늦게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 방침을 세우고 올 하반기중에 구체적인 과세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그동안은 실질과세원칙을 지키려해도 `과세 종류와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세법정주의로 인해 법적 근거없는 암호화폐에 세금을 매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암호화폐를 상품으로 본다면 부가가치세를 과세할 수 있지만 유럽 사례를 감안할 때 우리 정부가 부가가치세를 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봐 소득세를 매기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문제는 소득세 중 양도소득세냐, 기타소득세냐 하는 대목일텐데요,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면 암호화폐로 한 해 일정 금액 이상을 벌면 종합소득세에 합산돼 최고 42%의 고율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양도소득세 부과에 무게가 실립니다. 현행 우리 소득세는 열거주의를 택하고 있는 만큼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에 암호화폐를 열거해야 하거나 일본처럼 아예 ‘소득만 발생하면 무조건 과세한다’는 포괄주의를 도입해야 하는데 어느 쪽이건 간에 세법 개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또 암호화폐 거래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다만 이런 과세안이 나와도 올 연말 정기국회에서나 법안이 처리될 경우 빨라야 내년 이후에나 실제 과세가 가능할 전망입니다. 그동안의 거래 정보가 전혀 없고 올초부터 거래 실명제를 도입해 거래내역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국세청 등 과세 실무기관이 인프라를 갖추는데 필요한 시간이 상당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