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초대석]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샌델 교수

  • 등록 2013-06-24 오전 8:52:12

    수정 2013-06-24 오전 8:52:12

[이데일리 공정태 PD]지난 금요일에 방송된 이데일리초대석(진행 김보리 김도년 기자)에는 세계전략포럼2013의 기조연설을 했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학교 교수를 모셨다. 마이클샌델 교수는 27세의 최연소 나이로 하버드대학교 교수에 임용됐으며,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서 전세계적인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데일리 김보리·김도년 기자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질의 응답을 요약했다.

이데일리초대석 녹화 현장
김보리 기자 :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가 논쟁거리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떤 게 더 옳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마이클샌델 교수 : 이것은 많은 나라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문제입니다. 보편적 복지는 공동체 전체가 필수 재화를 공유한다는 사상에 기반하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에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자산이나 소득에 따라 특정 이득을 나누어야 하는지에 대해 한국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가난한 사람, 극히 적은 자원을 지닌 사람을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복지제도를 통해 광범위한 공공 지원을 유지한다는 관점에서는 보편적 복지가 이득이 되기도 하죠. 한국 실정에 맞는 단순한 해결책은 제시할 수 없어요. 전 방문객이자 단지 흥미를 두고 지켜보는 사람일 뿐이죠. 이 두 원칙은 서로 상반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불우한 사람들에게 형평성을 보장하는 것과 복지를 통해 공공지원을 보장하는 것 사이에 균형을 맞추어야 합니다. 전 이 문제가 바로 이 논쟁의 진정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김도년 기자 : 노예제도가 폐지되는 데에는 민주적 토론이나 논쟁의 과정보다 수많은 흑인들이 피를 흘렸던 공민권 투쟁이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민주적 토론에 대해서 대단히 강조하고 계신데 이게 해결책으로써는 약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장사회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마이클샌델 교수 : 중요한 화두를 던졌네요. 새로 발간된 제 책의 주제이기도 하고요. 우리 사회에서 올바른 돈의 역할, 시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 한국에서도 정말 활발하고 진지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눈부신 경제적 성취와 성공, 경제발전을 이룬 후에 한국 사람들은 불평등 심화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고, 경제발전보다는 삶의 질, 재화보다는 행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당신의 질문은 이런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고 저도 제 책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죠. 과연 올바른 시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또 우리가 과연 삶의 온갖 좋은 가치, 이를테면 가족과 사람들과의 관계, 사회적 관계, 건강, 교육, 시민적 삶에도 가격을 매길 수 있느냐? 시장이 물질적 재화 이상을 추구하다보면 때로 부패하기도 하고, 비시장 가치, 가족과 공동체, 시민의 삶처럼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기도 합니다. 당신이 어려운 문제를 던졌는데 저도 이런 문제로 공공 토론을 요구했었어요. 과연 토론만으로 시장에 제한을 가할 수 있을까란 의문을 던지셨죠? 그보다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나 행동주의를 통해 시장을 제한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 것 같은데 내가 제대로 이해했습니까? 제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또 사회가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문제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많은 나라보다 더 진지하게 이 논의를 시작했어요. 형평성에 대한 논의, 정의사회에 대한 논의, 경제적 민주화에 대한 논의. 이런 논쟁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도 많이 있어요. 이것으로도 한국은 소중한 첫발을 내딛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허한 논쟁에서 그치면 안 되겠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즉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시민사회, 시민운동에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논쟁을 펼치는 데 있어 어려운 점은 시장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지요. 건강, 교육, 가정생활, 시민생활, 법, 정치의 가치에 대해 의견이 다른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따라서 논쟁의 의미는 이 윤리적인 문제를 공공의 논의로 직접 끌고 오는 것입니다. 의견의 불일치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두어야 하고, 단단한 시민사회 기반이 없다면 사회운동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시장에 제동을 거는 일은 실현 불가능한 이상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당신도 적어둔 것 같은데 이것은 비단 논쟁의 문제 뿐 아니라 얼마나 힘을 응집할 수 있느냐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사회, 공동체, 또 시민 개인과 국가가 서로 힘을 합쳐서...미국의 시민권 운동을 예로 들었는데 그건 좋은 본보기입니다. 시민권 운동은 사회 안에서 시작되어 진화해야 합니다. 정부에 맡겨서는 안 되고요. 무엇이든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려면 시민사회의 힘이 중요합니다.

김보리 기자 : 우리나라 고위층은 위장전입을 해서라도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합니다. 빈부격차에 따라 공부환경이 달라지는데 교수님께서는 이에 대해 책을 통해 옳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셨는데 이런 한국사회에 대한 지적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마이클샌델 교수 : 불평등의 심화로 비롯되는 가장 큰 문제는 최근에 볼 수 있듯이 빈부의 격차입니다. 또 그 이면에는 불평등한 교육의 기회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좋은 교육, 최상의 교육을 통해서만이 삶의 기회가 보장되기 때문에 교육의 기회는 매우 중요합니다.정의로운 사회가 우선적으로 실현해야 할 것은 부자든, 가난하든 모든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실현하느냐는 것이 논쟁의 주제입니다. 이상적인 방법은 좋은 공립학교를 세우는 것입니다. 우수하고 공고한 공립학교를 만들어서 부자든 가난하든 모두가 자녀들을 보내고 싶은 학교로 육성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젊은이들에게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또 가정형편과 배경이 서로 다른 아이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시민의식을 공유하며 상호 책임감을 함양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공립학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어울린 교육의 장으로써 학생들은 쓰기, 읽기, 역사와 과학을 넘어 민주사회의 성숙한 시민이 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아이들은 같은 배경을 지닌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배경에서 온 사람들과도 어울려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공립학교가 실현해야 할 이상이자,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고 공동의 시민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길입니다.오늘날 우리 사회는, 또 학교에서는 부자학생과 가난한 학생들 사이의 분열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 분열은 성장가능성을 저해하고, 공립학교가 담당해야 할 시민의식 공유 기회를 저해하는 요인입니다.

김도년 기자 : 경영자의 선택의 문제인데요. 경영자가 상품가격을 내리면 소비자들의 혜택이 커지지만 고용한 직원을 구조조정하거나 임금을 동결시켜야 한다는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고용주는 어떤 선택을 내리는 것이 정의로울까요?

마이클샌델 교수 : 최선을 다해 대답해보죠. 당신의 가설은 딜레마(모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때론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경영 행위는 다른 중요한 가치를 희생하는 결과가 되기도 합니다. 당신의 가설에 따르면 직원의 복지비용을 낮추게 될 수도 있고요.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단일의, 단순한 공식은 없습니다. 소비자 가격을 최대한 낮추려면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경영방식을 취해야 하는데 이때 모순이 생겨나죠. 당신의 말을 예로 들면 소비자 가격을 낮추면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월급이 삭감되기도 하죠. 대기업이나 대형 수퍼마켓이 소비자 가격을 낮추면 영세기업은 설자리를 잃고 시장에서 내쫒기며 당신은(소비자) 이로 인해 비슷한 모순에 처하게 됩니다. 소비자 가격이 낮다면 나에게 당장 이득이 되지만 업계에서 탈락한 영세기업때문에 공동체와 이웃의 경제구조가 파괴되는 것이죠. 낮은 소비자 가격을 표방할 수 있는 크고 강한 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여 영세기업과 중소기업을 살리려는 민주적인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건강한 경제, 건강한 민주주의란 대기업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영세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건재하며 경제구조 내에서 선의의 경쟁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들 모두는 민주주의와 공동체 구성을 위해 존속의 가치가 있습니다. 당신이 질문에서 언급했듯 소비자 가격을 가능한 낮추는 것이 꼭 바람직한 정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당장의 이득 때문에 다른 소중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합니다.

김보리 기자 : 시청자 질문을 드릴 텐데요. 한국은 8년 연속 OECD 자살률 1위의 오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경쟁 환경과 거기에 대한 강도, 자살에 대한 해결책이 있다면 제시해주세요.

마이클샌델 교수 : 저도 공부하는 중이에요. 저도 답을 몰라요. 그렇지만 이 현상은 깊숙이 편재되어 있는 문제라 저도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군요. 여러분은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나요?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도년 기자 : 죽은 사람에게 이유를 물어볼 수 없지만 보통 교육 현장이나 서울의 마포대교처럼 직장인들이 모여 있는 금융증권가에서 자살이 많이 발생합니다. 이런 현상을 볼때 시장의 원리, 교육문제가 자살의 요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이클샌델 교수 : 다시금 말하지만 난 그 답을 몰라요. 하지만 사회전반에 깊숙이 파고든 문제이고 제가 볼 때 이 현상은 시장가치와 비시장가치의 충돌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시장 가치, 경쟁적 가치에 앞서 자아의 존엄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성공, 성공적인 삶에 대한 개념을 새로이 정립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이제껏 우리는 성공의 의미를 교육적 성취, 재정적, 경제적 성공이라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만 찾았어요. 인간의 행복을 그런 좁은 의미로 한정하다니! 그렇기에 제 생각에 성공과 행복, 자아의 존엄성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동영상 VOD를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이데일리초대석은 매주 금요일 6시 30분에 방송됩니다. (동영상 다시보기 http://tv.edaily.co.kr/e/invi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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