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학교에는 정말 에어컨이 없을까?[물고기를 기르는 법]

日현직교사 요네다 미유키씨 인터뷰
변화에 대응하려는 힘 기르려는 日
  • 등록 2024-08-17 오전 10:51:03

    수정 2024-08-20 오전 12:07:08

요네다 미유키 오키나와현 야에야마농림고등학교 교사(사진=본인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일본이 덥지 않습니까? 더운데 에어컨을 달아주자 그랬더니 예산을 깎아버린 거죠. 왜요? 아이들은 참는 것을 배워야 한다며. 그래서 예산 우선순위에서 밀린 거죠.”

국내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일본 전문가가 한 말이다. 불볕더위 속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던 이 말의 진위를 일본 오키나와현 야에야마농림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요네다 미유키씨에게 지난달 29일 물어봤다. 요네다 씨는 “에어컨이 없는 학교는 없을 텐데요. 홋카이도 이런 쪽은 모르겠지만…제가 들은 적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자료=일본 문부과학성
“정보를 직접 판별하는 힘 길러야”

실제 문부과학성 공립학교시설의 에어컨 설비설치 현황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초등·중학교 보통교실의 에어컨 설치율은 95.7%다. 고등학교의 보통교실 에어컨 설치율은 이보다 적은 87.0%다.

물론 음악교실, 실험실, 미술실, 시청각교실 등 특별한 목적을 위해 쓰이는 특별교실의 에어컨 설치율은 초등·중학교의 경우 이제 절반이 넘어섰고 체육관 등은 아직 미비하긴 하다. 하지만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보통교실에서는 적어도 홋카이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이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 전문가가 한 이야기가 모두 거짓말은 아니다. 불과 7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 초등·중학교 보통교실 에어컨 설치율은 50%를 밑돌았다. 그러던 것이 최근 열사병 위험과 쾌적한 학습환경 만들기에 에어컨 설치가 필수적이란 인식이 커지면서 급속도로 에어컨 보급·설치가 늘어났다. 정부 예산이 부족해 학부모들이 에어컨 설치 비용을 낸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찌 됐든 일본은 에어컨을 학교에 설치해주지 않고 아이들에게 참으라고 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잘못된 정보였고, 다른 나라에 대한 혐오를 일으킨다는 점에서도 나쁜 정보이기도 했다.

요네다 씨는 교육현장에서도 이같은 모습을 보곤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좋다고 하는 학생들은 많지만, 정치에 관련된 이야기가 되면 한국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가진 학생들도 있다”며 “신문, 라디오, 유튜브 등의 단편적 정보만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정보를 직접 판별하는 힘을 기른다거나 한국인 친구가 생겨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면 이런 오류는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이런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 스스로 과제를 찾아 탐구”

생각해보는 힘. 이것은 요네다 씨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번 나왔던 말이었다. 요네다 씨는 “자신의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최근 일본 교육 현장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에이전시(Agency·주체성)라는 개념이 매우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전시란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말한다.

주체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과정으로서 일본은 ‘종합적인 탐구의 시간’(종합탐구)을 교과 과정으로 배정하고 있다. 이는 1998년 도입된 ‘종합적인 학습의 시간’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설정하고 그 질문에 답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나가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요네다 씨도 재학 중인 고등학교가 설립되는 과정을 낭독극(사회·국어·음악의 교과 통합학습)으로 만들거나 동성혼에 대한 재판 자료를 바탕으로 그룹탐구를 진행하고 발표하는 종합탐구 수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는 “암기도 중요하지만, 학생 스스로 과제를 찾아 탐구를 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은 좋지만 수능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과연 학교현장에서 이같은 교육이 작동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던지자 요네다 씨는 2가지 측면에서 대답했다. 최근 일본 대학 입시전형에서도 종합적 인재를 뽑으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과 일본 내 교육 풍토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부모의 기대에 고민하고, 좋은 대학 좋은 기업에 가겠다는 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인생의 성공이 그것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모와 아이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오키시마마에 교육 매력화 프로젝트 홈페이지. 내년봄에는 어른의 섬유학생도 모집한다.(사진=홈페이지 캡처)
요네다 씨는 종합탐구의 좋은 예로서 오키시마에고등학교를 소개했다. 인구감소로 폐교 직전이었던 낙도의 고등학교가 2008년부터 ‘섬’을 통째로 탐구학습의 장소로 활용해 오히려 ‘섬 유학’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일으키고 1학년 60명에 2.7배가 되는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지난 2023년에는 지역공창과가 만들어져 좀 더 탐구학습의 시간을 늘리고 학생의 아이디어를 사업으로도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요네다 선생님이 소개한 ‘오키시마마에 교육매력화 프로젝트’ 홈페이지에는 지역쌀과 매실을 사용한 ‘부드러운 쿠키’, 지역관광을 위한 킥보드 대여 등 학생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들이 소개돼 있었다. 산인중앙신문에 따르면 섬유학을 한 졸업생들이 오키시마마에로 취업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모든 곳에서 종합탐구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요네다 씨는 “탐구 활동이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기보다 정해진 주제나 방식에 따라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생들이 더 자발적이고 주도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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