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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난 8월 22일까지 약 6개월 동안 그리스 앞바다에서 러시아 유조선이 연관된 환적(배에서 배로 화물을 옮겨싣는 방식)이 총 17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건 대비 19.4배에 달하는 규모다.
바다 위 환적은 북한 등 국제사회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들이 생산지를 세탁하기 위해 주로 이용하고 있는 거래 방식이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같은 기간 러시아에서 환적용으로 그리스 앞바다로 출하된 석유는 2386만배럴로 전년 동기 434만배럴 대비 5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뒤에서 몰래 러시아산 원유를 유통시키고 있는 것이 이번 닛케이 보도 결과 확인된 것이다. 실제 생산지 세탁 후 다른 항구로 입항한 유조선 89척 중 약 절반 가량인 41척이 벨기에, 그리스 등 유럽 항구에 입항했다. 지난해 1척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한 수치다. 상대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강경한 영국으로 향한 유조선도 2척 있었다고 닛케이는 꼬집었다.
이처럼 유럽 기업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몰래 사들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우랄산 원유 가격은 북해산 브렌트유 대비 최대 배럴당 37달러 이상 낮다. 유럽에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혹적인 제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인도와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한 것도 같은 이유다.
닛케이는 “유럽이 올 연말 이후에 러시아산 원유를 금수할 예정이지만, 바다 위 환적 및 산지 세탁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를 유통시켜 제재를 회피할 우려가 있다”면서 “그리스 앞바다가 러시아와 유럽 간 암거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