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미식로드] 40년 내공이 우려낸 사골, 시장의 맛

경북 칠곡 왜관전통시장 맛집
담백하고 고소한 돼지국밥 '진땡이국밥'
물냉과 비냉의 환상조합 '한가면옥'
40년간 미군에 든든한 한끼 '한미식당'
  • 등록 2020-09-25 오전 5:55:00

    수정 2020-09-25 오전 5:55:00

진땡이국밥과 수육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면 만나게 되는 곳, 칠곡. 스쳐 지나가는 도시로만 생각했던 칠곡에서 숨겨진 맛집을 찾았다. 전통시장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맛집과 독특함으로 무장한 미군부대 앞 식당들이다. 이곳의 맛집들을 둘러볼 때는 허리띠를 풀어두는 것이 좋다.

칠곡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시장인 왜관전통시장은 1930년대에 만들어져 1976년 상설시장이 됐다. 조선시대에 개설된 매원장의 명맥을 잇는 전통시장이다. 이름에서 보듯이 조선시대에 일본과 무역하기 위해 설치한 왜관이 있던 곳. 그래서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는 전후로 해서 일본인들이 그들에게 익숙했던 왜관으로 많이 몰려들었다. 일제강점기에 성장한 왜관읍은 그렇게 칠곡의 중심지가 됐고, 상업중심지로 부각됐다. 이 과정에서 왜관과 가까운 곳에 있던 매원장이 왜관시장으로 바뀌었다.

진땡이국밥


이 시장에서 가장 이름난 식당은 ‘진땡이국밥’. 무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곳에서 국밥을 끓여내고 있는 곳이다. 장이 서지 않는 평일에도 점심시간은 물론 온 종일 사람이 들고난다. 식당 테이블을 가득 메운 손님들이 처음 들어서는 여행자의 발길을 안심시킨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돼지국밥. 진한 사골국물에 수육을 듬뿍 넣어 내는 국밥은 겉보기에는 여느 국밥집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국물을 한 입 넣어보는 순간 이 집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진하게 우려냈지만 절대 탁하지 않고, 담백하고 고소하다. 머리 부위와 사골을 알맞게 섞어 쓰는 게 이 집 국밥의 비결 아닌 비결이다. 여기에 듬성듬성 썬 수육을 듬뿍 넣어 다른 지역의 돼지국밥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수육이나 순대를 함께 시켜먹어도 좋다.

한가면옥의 물냉면


진땡이국밥 길 건너편의 한가면옥은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전문으로 내는 식당이다. 혼자 간다면 물냉면 곱배기를 시켜 반쯤 먹은 후 비빔냉면 양념을 넣어 먹어도 좋다. 물만두와도 궁합이 잘 어울린다.

왜관전통시장 외에도 왜관읍에는 이름난 식당들이 제법 있다. 대표적인 식당이 ‘한미식당’. 미군기지인 ‘캠프캐럴’ 정문에 자리하고 있다. 1980년부터 40년간 미군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대표메뉴는 유럽식 스테이크인 ‘코던블루’와 치즈가 들어간 ‘시내소’. 시내소는 ‘슈니첼’(Schntizel)을 한국식으로 부르게 좋게 작명한 것이다. 햄버거는 미군보다 한국인 손님이 더 좋아하는 메뉴다.

한미식당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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