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살리고 소상공인 도와” vs 국가경제엔 이익없어”

상인들 “지역화폐, 시장 내 반응 좋아”…경기硏 “지역화폐 졀제액 늘면 추가 소비 이어져”
“서울에서 쓸 돈, 지역 내 소비”…조세硏 “인접 지자체 소비 끌어오면 어차피 제로섬”
조세硏·경기硏 연구 모두 한계…연말 연구 결과 이목 집중
  • 등록 2020-09-24 오전 5:30:00

    수정 2020-09-24 오전 5:30: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약 500m 거리를 두고 대형유통매장인 이마트가 자리 잡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 상인들은 예전만 해도 찾기 보기 힘들었던 젊은층 손님들이 요즘 들어 부쩍 늘었다고 한다.

23일 시장에서 만난 식료품점 상인은 “요새 전통시장을 새로 찾게 된 젊은 사람들 대부분은 현금 대신에 지역사랑상품권으로 계산을 한다”고 귀띔했다.

같은 시장에서 식육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도 “정확한 비율은 모르겠지만, 체감적으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5월 이후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상품권으로 결제하는 경우가 꽤 많이 는 것 같다”며 “처음엔 꺼리기도 했지만, 상품권을 제때 현금으로 정산해주니 지금은 오히려 상품권 손님이 반갑다”고 전했다.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전통시장에서 상인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사진=최정훈 기자)
상인들 “지역화폐, 시장 내 반응 좋아”…경기硏 “지역화폐 졀제액 늘면 추가 소비 이어져”

지역화폐가 과연 경제적인 효과가 있는지를 두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간 한바탕 공방이 있었지만, 지역화폐의 실효성을 두고선 공방이 여전하다. 조세연은 지역화폐가 경제를 부양한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거의 없는 반면 소비자 후생을 낮추고 발행비용만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함으로써 국가경제 전체적으로는 손해만 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 지사는 조세연의 연구가 지역 내 소비를 유발하고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의 소득을 높이는 효과를 외면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시장 상인이나 소상공인들은 이 지사 측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가맹점과 사용기한 등이 미리 정해져 있는 지역화폐의 경우 지정된 상점에서 현금보다 더 일찍 사용되기 때문에 이같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충남 천안에서 실제 자영업을 하고 있는 방기홍 한국소상공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천안에서도 올해부터 지역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했는데, 애초 100억원 정도를 준비했다가 워낙 시민들의 호응이 좋아 1000억원까지 늘렸다”며 “구입할 때 할인이 되는데다 10% 캐시백까지 있다보니 지역주민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이 지역화폐는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등에서 사용이 안되다보니 자연히 지역 자영업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월 본격적으로 도입된 경기지역화폐 발행액은 같은 해 2분기 825억원에서 4분기 1480억원으로 늘었다. 또 지역화폐 총 결제액은 2분기 7억3000만원에서 4분기 9억5000만원으로 증가했고, 이용 점포 수도 2분기 1773개에서 4분기 2061개로 늘었다. 경기연은 “지역화폐 결제액이 증가하면 현금과 신용카드 등으로 추가로 소비하는 경우가 늘어나 소상공인 매출액이 57% 더 증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화폐로 결제 경험이 있는 점포는 그렇지 않은 점포에 비해 월평균 매출액이 206만원 상승한 효과가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서울에서 쓸 돈, 지역 내 소비”…조세硏 “인접 지자체 소비 끌어오면 어차피 제로섬”

이뿐 아니라 지역화폐는 지역간 소비를 재분배하는 효과가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에 거주하면서도 실제 소비는 서울까지 가서 하는 경우가 많은 수도권에서 지역화폐가 집중적으로 발행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이 지사는 물론 은수미 성남시장 등도 지역화폐 신봉론자들이다.

실제로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역화폐 발행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2019년 들어 8월까지의 전국지역상품권 발행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는 3조2000억원에 이른다. 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1조4000억원 규모이고 취업유발효과도 2만9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물론 이처럼 지역화폐가 인접 지자체의 소비를 발행 지자체로 끌어온다는 점에서 일종의 근린궁핍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 조세연 측도 ”지역화폐는 발행한 지방자치단체 내에서만 사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결국 각 지자체가 정해진 소비 총량을 나눠 갖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비판했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돈의 총량이 그대로라고 할 때 지역화폐를 발행한 지역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인접한 지자체에서의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

이렇다보니 조세연은 중앙정부 입장에서 소상공인을 지원하려면 지역화폐보다 사용지역의 제한이 없는 온누리상품권으로 지원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벤처부가 발행해 지역화폐 발행과 관리비용, 국가 보조금 등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자체는 온누리상품권으로 일원화하면 대규모 지자체만 이득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온누리상품권을 전통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시장도 규모에 따라 대규모 도시의 시장이 더욱 활성화돼 있다”며 “지자체 예산도 상당히 들어가는 데도 지역 내 경제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진다”고 반박했다.

조세硏·경기硏 연구 모두 한계…연말 연구 결과 이목 집중

다만 아직까지는 조세연과 경기연의 연구 모두 한계가 있어 보다 객관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조세연 연구는 지난 2010년부터 2018년 전국사업체를 대상으로 분석해 지역화폐가 3000억원 규모에서 3조원 규모 이상으로 극적으로 늘어난 2019~2020년 소비효과는 파악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또 경기연의 연구는 지자체 내 표본조사로 설명하는 데 그쳐 조세연이 지적한 지역화폐 사용이 많은 지자체와 인접한 지자체에서의 매출 감소, 특히 경기도 같은 대형 지자체에 인접한 소형 지자체에서 발생하는 역효과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에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지방행정연구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연구는 지난해와 올해의 지역화폐 발행규모 등을 포함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작년 연구는 특정 지자체 샘플을 추출해 사례를 들어 분석했다면 이번엔 지자체 간 비교 등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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