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동학개미의 꿈 외면한 정부

  • 등록 2020-07-14 오전 5:30:00

    수정 2020-07-14 오전 5:30: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처음 주식을 상장했을 때부터 40년간 주주로 살며 행복하다. 매년 나오는 배당 덕분에 노후 걱정도 없다”.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위해 열렸던 지난 2016년 10월 27일, 삼성전자의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했던 한 70대 주주가 한 발언이다. 이 주주는 1975년 6월 11일 삼성전자가 처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후 꾸준히 주식을 사모았다고 했다. 1주당 액면가 1000원으로 상장했던 삼성전자의 주식은 현재 50만 배 이상 가치가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은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들이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를 거치며 보여줬던 강한 회복력과 새로운 성장의 경험에 기인한다. 또 일각에서 ‘도박’으로 치부해온 주식 시장에 개인들이 보유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저금리 시대에 건전한 투자 문화를 정착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말 투자자 예탁금(증권투자 대기 자금)은 사상 처음 50조원을 돌파하며 이런 분위기를 방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주식 시장의 긍정적인 변화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를 연일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주식 보유에 대한 양도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대주주’ 요건을 올 4월 기존 종목당 15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낮췄고, 내년 4월부터는 3억원 이상으로 대폭 하향할 방침이다. 세법상 대주주로 분류되면 그동안 면제되던 양도세를 차익 규모에 따라 최대 27.5%까지 내야 한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10억원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3억원이란 대주주 요건이 지나치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대주주 요건의 지나친 하향이 오히려 우량 기업 주식에 대한 장기 투자를 막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2023년부터는 모든 국내 상장 주식에 대해 개인이 연간 2000만원 이상 수익을 내면 주식 양도세를 물리기로 했다. 양도세율은 주식 양도차익 3억원 이하는 22%, 3억원 초과는 27.5%에 달하고 장기 투자 혜택은 제공하지 않는 방식이다. 미국의 경우 1년 이상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는 장기 투자자에게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 하고, 영국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 투자하면 모든 수익에 비과세 혜택을 준다.

주식 양도세 도입에도 불구하고 거래세는 폐지하지 않고 기존 0.25%에서 0.15%로 0.1%포인트 낮춰 계속 유지한다. 기획재정부는 개인이 상장 주식 1억원 어치를 1억 4000만원에 매도할 경우를 예로 들어 거래세가 35만원에서 21만원으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 가운데 단 한번 거래로 40%의 수익을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자의적 해석이란 비판이 나온다.

동학개미운동은 개인도 우량 기업 주식에 장기 투자해 그 과실을 노후까지 나눌 수 있는 한국 주식 투자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를 정부가 스스로 무너뜨리며 개인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가파르게 만들어선 안된다. 저금리로 넘치는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개인 주식 투자자를 위한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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