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농어촌만 그럴까? 산업화 시절에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지역의 하나가 바로 종로구다. 종로는 조선 시대부터 번성해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1950년의 종로와 지금의 종로는 확연히 다르다. 1955년 36개 동(洞)에서 2015년 현재 17개 동으로, 반 정도 줄였다. 낯선 동 이름도 많았다. 왜 이렇게 동이 많았을까? 그만큼 인구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예전에 이곳 초등학교는 그야말로 포화상태였다. 교동초등학교 전체 학생 수가 5000명이 넘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전체 학생 수가 100여 명에 불과하고 신입생 수도 적다. 같은 종로구에 있는 재동초등학교, 매동초등학교 등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저출산 고령화의 직격탄을 맞아 폐교될 위기에 놓여 있다. 시골의 초등학교가 폐교된다는 이야기는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지만, 서울 도심 한복판, 그것도 종로에 있는 초등학교가 폐교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땅덩어리는 좁고 인구는 많아서’ 집값이 오른 것이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 것이다. 사람들이 이사를 가거나, 태어나는 아기가 적거나, 사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사람들이 떠난 농어촌의 땅값이 어떻게 되는지를 이미 경험했다. 1960년부터 사람들은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떠나버렸다. 그리고 40~50년 동안 농촌 마을에는 노인들만이 땅과 집을 지키고 있었다.
땅이라고 무조건 좋아했던 것이 아니다. 많이 오르는 땅, 자산가치가 높은 땅, 부자로 만들어줄 땅만 좋아했을 뿐이다. 최근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면서 농어촌 지역의 택지, 논, 밭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