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에선 이 같은 상황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와 유사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004년 재선에 성공한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집권 초 사회보장연금 개혁 추진, 불법 이민 규제 강화 등으로 야당인 민주당과 사사건건 대립했다. 그 결과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실종되면서 지지율하락을 겪으며 임기 내내 고전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향후 박근혜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의회에서 정치현안이 조율되도록 정치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시, 재집권 후 국정 드라이브..朴 ‘국민은 내 편’
부시 전 대통령이 재집권 후 국정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4년 전 앨 고어 민주당 대선 후보와 박빙 승부 끝에 가까스로 대통령이 된 것과 달리, 중간 평가 성격을 띤 재선에 성공하며 정통성을 확보한 셈이다. 여당인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것도 큰 힘이 됐다. 이 때문에 재선 당시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 바로 다음날 각료회의 주재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재선 성공으로 정치적 자산을 얻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의 경우 2007년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아깝게 패배했지만 두 번째 대권 도전에서 당당히 승리하며 자신만의 정치적 자산을 구축했다. 이 때문에 ‘국민이 내 편’이라는 생각으로 야권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이란 단어를 25회나 사용하며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다수당이라는 점도 유사하다. 친박(親朴)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한구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고 있고 당 지도부도 친박계 일색이다.
정치권에선 원칙을 고수하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과거 정치적 고비마다 배수진을 치고 주장을 관철시켰던 경험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수자 입장에선 정면돌파가 효과적일 수 있지만 반대파까지 끌어안아야 할 국가 수반으로서는 적절치 못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박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 2005년 말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자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장외 투쟁에 나서 재개정을 이끌어 낸 바 있다. 2009년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당내 주류인 친이(親李)계가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자 원안 고수를 주장했고 결국 국회에서 수정안은 부결됐다.
급락한 부시 지지율..정국경색 장기화 우려
문제는 반대파를 끌어안지 못할 경우 지지율이 하락해 국정 수행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시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첫 해인 2005년 지지율이 35%까지 급락했다. 집권 1기 한때 90%대를 기록한 지지율을 감안하면 급전직하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50%대에 머물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5일 “박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 집권 2기를 거울로 삼아 여의도 정치가 복원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 여론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도 세대적 균형감을 발휘해 20~30대의 무조건적 ‘비토(veto)현상’에 대한 대비와 극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