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특집]'수출 효자' 정유업계, 한국 경제 이끈다

  • 등록 2012-11-06 오전 8:34:16

    수정 2012-11-06 오전 8:34:16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올 1월부터 9월까지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은 4084억달러다. 이 가운데 1위는 어딜까. 요즘 자동차와 휴대폰 등 IT일 것 같지만 아니다. 석유제품이다. 올들어 9월까지 석유제품은 415억달러(10.2%)나 해외로 실려나갔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석유제품 수출액은 550억달러로 수출품 가운데 사상 처음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흔히들 ‘정유사=주유소’라는 이미지 때문에 정유업을 내수산업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제품으로 정제해 외화벌이에 나서는 수출효자산업이다.

SK이노베이션, 국가대표 에너지 수출기업 ‘우뚝’

국내 정유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지속적인 수출 확대를 통해 ‘글로벌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1962년 국내 최초의 정유사인 ‘대한석유공사’로 출발해 지난 13일 창립 50주년을 맞은 SK이노베이션은 이제 정유와 석유화학뿐 아니라 자원개발,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국가 대표 에너지기업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SK이노베이션은 올 3분기까지 수출 41조원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은 73%에 육박한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096770)는 3분기까지 수출 누적액 30조를 돌파했다.

이러한 SK에너지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올해 9월 누적 기준으로 석유제품은 자동차, 선박 등을 제치고 처음으로 우리나라 수출품목 1위에 등극했다.

SK이노베이션의 이러한 해외시장 확보노력은 ‘수출 드라이브’ 전략을 끊임없이 추진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취임 이후 줄곧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최 회장은 그룹에 글로벌 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왔다.

실제로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스페인, 중국, 태국 등 해외 20여 개국을 직접 돌며 스페인 렙솔과의 윤활기유 합작공장 추진, 중국 시노펙과의 석유화학 공장 설립 양해각서 체결 등 연이은 성과를 이끌어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앞으로도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사업기회를 모색해 대한민국 수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 직원들이 공장에서 생산한 석유제품 선적 작업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GS칼텍스, 원유수입액 83% ‘해외로’


GS칼텍스는 지난 1983년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2억 불 수출 탑’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에는 ‘200억 불 수출의 탑’까지 받았다. 국내 기업을 통틀어 삼성전자에 이어 2번째, 정유업계 최초로 거둔 값진 성과였다.

GS칼텍스가 이처럼 거대 수출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역발상의 전략’ 덕분이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지난 1982년 임직원들에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지만 원유를 석유제품으로 가공해 더 비싼 값을 받고 팔자”고 제안했다.

당시는 2차 오일쇼크로 원유 도입의 어려운 데다 국내 시장 수요까지 줄어들어 매우 힘든 때였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디어를 즉시 실천에 옮기면서 GS칼텍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 역군으로 성장하게 됐다.

무엇보다 GS칼텍스는 1990년대 초부터 고도화 설비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고도화 설비는 원유를 정제한 뒤 남는 벙커C유와 아스팔트를 재처리해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와 경유 등으로 바꾸는 시설이다.

허 회장은 “고도화 설비는 녹색성장사업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성과가 보이는 것”이라며 “지금은 비록 비용이 들더라도 성장잠재력으로 봐야 한다”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이에 힘입어 GS칼텍스는 1997년 업계 최초로 일본과 미국에 휘발유를 수출하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이는 2000년대 이후 급격한 수출비중확대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284억 달러어치의 원유를 수입해 237억 달러(83.3%) 상당의 석유제품을 해외에 되파는 성과를 거뒀다.

GS칼텍스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제4중질유분해시설을 짓고 있다. 계획대로 시설을 완공할 경우 하루 26만8000배럴(35.3%)의 능력을 보유, 국내 1위 고도화 역량을 갖추게 된다.

GS칼텍스 여수공장 내 고도화설비(중질유분해시설)의 모습. GS칼텍스는 이곳에서 값싼 벙커 C유를 재처리해 휘발유, 경유 등으로 바꿔 수출하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S-Oil, ‘수출확대 전략’으로 글로벌 위기 돌파

S-Oil(010950)은 ‘보다 강화한 수출확대전략’으로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고 있다. S-Oil은 굳건한 글로벌 판매망을 활용해 올해 상반기에 매출액의 64%인 11조4900억원을 수출로 거둬 들였다. 올 3분기에도 석유제품 생산량의 62%를 수출했다.

S-Oil의 경쟁력은 한발 앞선 설비투자에서 출발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완공한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가 꼽힌다.

S-Oil 관계자는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치밀한 수요 예측과 경기 분석을 통해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며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 시장의 상승기에 맞춰 지난해 4월에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S-Oil의 수출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7% 늘어난 3조4911억원을 달성했고 이 중 2조원을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였다.

또한 윤활기유 부문에서 국내 최대(세계 2위)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S-Oil은 올해 상반기 생산량의 74.8%, 금액으로는 9260억원의 수출고를 올렸다. 윤활기유의 수출은 3분기에도 호조를 지속해 생산량의 76%를 해외시장에서 판매했다.

S-Oil은 이에 머무르지 않고 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신장을 개척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이어 중국 상해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지사를 신설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 강화를 통해 수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정유사업의 확장 ▲ 석유화학사업과의 통합 ▲신재생에너지 사업 모색 등을 3대 전략방향을 선정해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 국면을 돌파해 나가고 있다.

S-Oil 온산공장의 출하 부두 전경. S-Oil은 이곳에서 석유제품 생산량의 65%를 수출하고 있다. S-Oil 제공
현대오일,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도약.. ‘수출 1조 더 늘린다’

정유업계 후발주자인 현대오일뱅크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2010년 8월 현대중공업(009540)그룹에 편입된 후 종합에너지 기업으로의 면모를 갖추며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정유4사 가운데 수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업체는 현대오일뱅크였다. 지난 1~5월까지 다른 정유사들의 수출액은 10% 내외로 소폭 늘어났지만 현대오일뱅크는 13억8186만달러에서 23억6770달러로 무려 71.34%나 증가했다.

무엇보다 값싼 중질유를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제품으로 바꿔주는 ‘고도화 설비’가 수출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총 12만 배럴의 고도화 처리능력을 확보해 고도화 비율은 업계 최고인 30.8%다. 현대오일뱅크는 이 설비로 생산한 휘발유, 경유 등을 해외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또 석유화학 설비에 적극 투자하며 수출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일본 코스모석유와 합작을 맺고 화학산업원료인 벤젠·파라자일렌 등을 연 100만t 생산할 수 있는 제2 BTX공장을 착공했다. 공장은 내년 상반기쯤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이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 전부를 중국과 대만, 유럽 등 해외로 판매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약 1조원 가량의 수출 증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생산시설을 갖추면 현재 국내 최고 고도화율을 보유한 정제시설과 함께 사업 구조가 견고해진다”며 “신규 공장 BTX 제품을 전량 수출해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에는 영국의 정유회사 쉘과 윤활기유 합작법인인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설립했다. 현대쉘베이스오일은 하루 2만배럴 처리 규모의 윤활기유 공장을 건설해 오는 201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대쉘베이스오일을 통해 생산한 제품 대부분을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수출할 것”이라며 “오는 2015년 7000억원 이상의 매출과 800억원 가량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과 마크 게인스보로우 쉘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등이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윤활기유 합작사업 조인식을 가진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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