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요? 돈많은 ''봉''이죠"

[아프간 피랍사건, 끝나지 않은 비극]②급증하는 한국인 피랍
  • 등록 2008-07-18 오전 8:31:59

    수정 2008-07-18 오전 8:31:59

[노컷뉴스 제공] 2008년 7월,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이 1년을 맞았다. 노컷뉴스는 '아프간 피랍사건, 끝나지 않은 비극'이라는 제하의 기획취재를 통해 한국인에 대한 납치와 테러가 빈번해지는 현실과 문제점, 대책을 총 6회에 걸쳐 보도한다. 오늘은 두 번째로 급증하는 한국인에 대한 테러피랍 위협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지난 3월 31일 주 필리핀 한국 대사관에 '한국인 사업가 정 모씨가 필리핀 무장단체에 피랍됐다'는 소식이 입수됐다.

소식을 접한 대사관측은 사건 해결을 위해 '라나오 델 수르(Lanao Del Sur)'의 마민딸 아디옹(Manimtal Adiong) 주지사측에 협상 중재를 요청했다.

3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결국 정 씨는 다행스럽게도 무사히 풀려났다. 정씨를 붙잡은 괴한들은 몸값을 노린 단순 무장단체였다.

무장단체와의 협상과정에 참여한 한국인 현지 소식통은 "이들은 단순히 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무장단체였고, 처음에는 몸값으로 몇 억원을 요구했지만 주지사의 중재로 무사히 석방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5월달에도 한국인 피랍사건이 발생했지만 외부로 공개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지에서 한국인은 돈 많은 부자나라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강해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 해외 한국인 테러납치 사건 최근 3배 늘어

이같은 현지의 분위기는 통계수치로도 나타난다. 지난 6년간 한국인에 대한 테러 납치사건이 급증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08년 현재까지 한국인에 대한 테러 납치 사건은 모두 21건으로 73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5명은 목숨을 잃었고 3명은 중상을 입었다.

국가정보원이 집계한 통계를 보면 급증추세가 더욱 확실해진다. 97년~02년까지 해외 한국인에 대한 테러납치 사건수는 모두 6건인데 비해 03년~07년(아프간 피랍사건까지) 사건수는 무려 19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돈을 노린 테러·무장단체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피해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용인대 박준석 교수는 “현재 정치적인 테러단체나 돈을 노린 무장 괴한들이 전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힌 뒤 “전세계에서 안전한 지역은 단 한곳도 없다”며 심각성을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납치 사건의 경우, 무장 괴한들이 돈을 노리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급속한 경제적 성장이 테러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밝혔다.

◈ 탈레반의 끊임없는 위협…아프간 체류 한인 130명 '조마조마'

지난 5월 13일 CBS 노컷뉴스는 아프간 탈레반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유스프 아마디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이곳 어디 어디에 있는지 다 알고 있어 납치하려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아프간 피랍 사건 전에도 공개적으로 한국인 납치를 천명한 점을 감안한다면 추가 테러 위협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강한 메세지다.

아마디는 또 "한국이 경찰을 아프간에 파견할 경우 카불에 있는 한국의 민간 시설을 파괴하겠다“고도 밝혔다.

아마디는 한국인에 대해 테러위협을 가하는 이유도 분명히 했다.

아마디는 "지난해 한국인 인질이 납치됐을 때 한국 정부는 우리와 협상에서 군인이든 경찰이든 일반인이든 앞으로 아프간에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런 식으로 약속을 어기면 탈레반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인도 아니고 단지 아프간 경찰을 교육하러 가는 것인데도 문제가 되느냐'는 질문에 아마디는 "그들이 무엇을 하러 오는지, 경찰인지 개인(일반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건 모든 사람이 우리에겐 위협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마디는 '민간인 여행자'에 대해서도 "아프가니스탄은 관광, 말하자면 피크닉을 위한 국가가 아니다"며 "또 우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 연합군(NATO)과 전쟁중이기 때문에 모든 (낯선)사람은 연합군에 관련이 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예외를 두지 않았다.

현재 아프간에 남아있는 한국인들은 이달 2일 기준으로 모두 13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아프간에 총 130명의 한국인이 체류하고 있지만 이들이 어디에, 어떤 일로 머물고 있는지는 보안상 밝힐 수 없다"며 "이라크에도 70여명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아프간 피랍사태가 터지기 전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아프간 체류 한국인은 모두 430명. 이 가운데 군인이 49%, NGO25%, 자영업 21%, 정부 4%, 언론인 1%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연말 동의·다산부대원 2백여명이 철수하고 아프간 사태를 계기로 비정부기구(NGO)관계자도 귀국한만큼 현재 아프간 체류인원은 대부분 자영업자나 정부 공공기관 관계자들로 추정된다.

◈ 테러단체도 M&A…'뉴테러리즘' 등장

탈레반과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의 연합도 한국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조선대학교 황병하 교수에 따르면 이슬람 원리주의에 기초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와 탈레반은 최근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또한 알카에다는 최근 비교적 연계성이 낮은 동남아 지역의 테러 단체와의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알카에다는 급속히 발달한 통신 수단인 인터넷을 통해 원격 교육 등의 방법으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활동 중인 ‘제미야 이슬라미야’와 말레이시아의 ‘말레이시아 투쟁조직’, 필리핀의 ‘모로 이슬람 해방 전선’, ‘아부사이야프 그룹’, 태국의 ‘신 파타니통일해방조직’ 등이 극단적 원리주의 이념을 갖고 알카에다의 지지자로 활동하고 있다.

황 교수는 “이슬람 극단주의가 뭉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이슬람 극단주의가 연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동남아, 아프리카 지역 등 치안 상황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현지인에 대한 경계를 풀지 말아야 한다. 항상 신변에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아시아 지역에 여행 경보가 발령된 지역은 16개 국가며 이 지역을 여행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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